내 손안의 한 마리=수풀의 두 마리?
이후남 2023. 5. 6. 00:21
브루스 후드 지음
최호영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내 소유물 전체는 내 존재 전체를 반영한다(…)나는 내가 가진 것이다.”
철학자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에 나오는 말이다. 이처럼 소유는 종종 자아의 확장으로 여겨진다. 실험심리학 등의 전문가인 저자에 따르면 점유는 동물계에도 흔하지만, 소유는 인간 사회에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저자는 심리적 메커니즘에 초점 맞춰 소유를 탐색한다. 뱅크시의 그래피티가 부른 소유권 논쟁을 비롯해 여러 흥미로운 사례들과 행동경제학을 비롯해 다양한 이론들을 소개한다. 이를테면 자신의 소유물에 대해 상대가 기꺼이 지불하려는 가격보다 큰 가치를 부여하곤 하는 경향은 ‘보유 효과’로 설명된다. 여러 실험 결과는 손안의 새 한 마리를 놓아주려면, 수풀에 새가 적어도 두 마리는 있어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쇼핑 등이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하지만, 저자는 취득·정복보다 목표·기대가 더 큰 즐거움을 준단 점도 지적한다. 사르트르는 이런 말도 했다. “인간은 이미 가진 것의 합계라기보다 아직 갖지 않은 것, 가질 수도 있는 것의 합계다.” 저자는 우리가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을 소유한단 것, 소유는 행복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소유에 집착하는 우리의 심리 이해에 도움이 될 법한 책.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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