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남수의 視線] 한미정상회담의 데쟈뷰 ‘역대급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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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부의 대중 굴욕외교 지적에 동의 여부를 떠나 무엇보다 느닷없이 거리에 내걸리 '역대급 성과'라는 한미정상회담 평가에 선뜻 동의할 수가 없다.
정부와 여당이 그렇게 큰 성과를 냈다고 강변하지만, 국민들의 평가는 크게 갈리고 있는 것이다.
역대급 성과를 낸 한미정상회담이라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정부의 설명이 부족한 점을 전제하면서도,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몇 가지 문제를 지적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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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한미정상회담이 해외에서도 부러워할 정도로 그야말로 ‘역대급 성과’를 거뒀다” 더불어민주당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양국의 빈틈없는 긴밀한 공조로 연합 방위태세를 더욱 공고히 했다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라는 양국 간의 공동목표를 확인함으로써 ‘한반도 평화 동력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평가했다. 특히 전시작전권 전환을 위한 양국의 의지를 재확인하고, 40여 년 만에 미사일 규제를 완전 종료함으로써 한국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한국의 4대 그룹이 미국에 44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이에 미국은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센터를 한국에 설립하기로 하는 등 미국의 원조를 받은 나라에서 미국과 협력하고, 투자하는 나라로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평가에 대해 국민의힘은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은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역대급 성과’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가장 시급한 북핵문제와 관련해 구체적 실천방안이 논의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획기적 변화가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자칫 북한에 잘못된 기대를 갖게 함으로써 향후 협상에서 북한에 발목을 잡힐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평가절하했다. 특히 “우리 기업들이 44조 원 규모의 대미 직접 투자계획을 발표했음에도 이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 장면은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21년 5월,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여·야의 반응이다.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바이든 간의 한미정상회담은 ‘역대급 성과’를 거둔 성공한 회담이었다고 극찬했지만, 야당인 국민의힘은 포장만 요란한 회담이었다고 규정했다. 사실 2년 전의 한미정상회담을 꺼낸 것은 지난주부터 거리를 메우고 있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국민의힘 현수막 때문이었다. 국민의힘 명의의 현수막에는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이 ‘역대급 성과’를 거뒀다고 내용이 담겨있다. 어쩌면 꼭 2년 전의 한미정상회담과 반응이 이렇게 같은지 기시감이 들기에 충분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외교부 공식 홈페이지에는 “자유 등 핵심 가치를 토대로 글로벌 전략동맹을 공고화하고 확장억제와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실천적 방안이 제시됐다”는 평가가 실려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과 등 빈틈없는 대북 공조와 경제안보·기술 협력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기후변화 대응 등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안정과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위상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은 “이번 ‘워싱턴 선언’은 한국형 핵우산 강화 방안에 합의하고, 강철같은 한미동맹을 전 세계에 과시하면서 북한 김정은 정권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가 됐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기존의 미국 핵우선 정책에서 나아간 게 없다”면서 방미 성과가 초라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인플레이션감축법과 반도체법에 대해서는 미국으로부터 모호한 회피성 답변만 들었다면서 “굴욕적인 일본 퍼주기에 이어서 이번 한미정상회담 역시 국익을 지키는 데 실패한 ‘호갱 외교’였다”고 주장했다. 속빈 강정, 외화내빈이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이같은 야당의 평가에 대해 여당도 가만있지 않았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있었던 ‘혼밥’얘기까지 꺼내들면서 물타기에 나서기도 했다.
전 정부의 대중 굴욕외교 지적에 동의 여부를 떠나 무엇보다 느닷없이 거리에 내걸리 ‘역대급 성과’라는 한미정상회담 평가에 선뜻 동의할 수가 없다. 정부와 여당이 그렇게 큰 성과를 냈다고 강변하지만, 국민들의 평가는 크게 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어쩌면 정부로서는 섭섭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 대해 국민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귀국 비행기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졌던 기내 기자 간담회도 없었다. 귀국 후 여당 지도부에게는 회담 결과를 설명하기도 했지만,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직접 방미결과를 설명하는 자리는 아직 없었다.
그럼에도 길거리에는 낯간지럽운 ‘역대급 성과’라는 현수막이 내걸리고 있으니,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이 편할리가 없다. 낯선 것은 물론 거부감마저 들 정도다. 이제라도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해야 하는 이유다. 성과는 무엇이었고, 아쉬웠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얘기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 국정 파트너인 야당에도 설명해야 한다. 역대급 성과를 낸 한미정상회담이라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정부의 설명이 부족한 점을 전제하면서도,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몇 가지 문제를 지적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핵심은 워싱턴 선언이지만, 이 선언문에 담긴 내용에 대해 평가가 엇갈린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합의가 도출됐다는 증거가 빈약하다. 해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한미 양국 간 합의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강철동맹’과 같은 레토닉만 강조하고 있다. 그럼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우리는 그저 ‘느낌적 느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다. 한반도가 전쟁터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한반도 주변국과의 불안한 정세를 해결하고 안정적 관계형성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회담 결과는 이에 대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대립구도만 보인다. 강력한 한미일 공조를 강조함으로써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더불어 한반도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미국의 대중국, 대러시아 정책에 한반도가 희생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2년 전의 한미정상회담이 데쟈뷰한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아메리칸 파이와 기타 한 대만 남은 ‘느낌적 느낌’이다.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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