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도 사랑에 빠진 ‘초록 물결’ 속으로
고창 청보리밭
여름엔 해바라기, 가을엔 메밀꽃잔치
해마다 4월에서 5월로 이어지는 요즘, 전북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에 가면 온통 초록빛으로 가득한 청보리밭의 싱그러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고창은 예부터 보리농사가 잘 되었던 고장으로 유명하다. 고창군의 옛 지명인 모양현의 ‘모’는 보리를, ‘양’은 넓은 들을 뜻한다. 즉 모양현, 고창은 보릿고을이다. 10월에 파종한 보리는 이듬해 4월 중순에 이삭이 나오고 보리알이 맺히기 시작한다. 5월 중순까지가 보리알이 최대로 커지는 기간으로 이때를 보리의 청춘기라는 뜻으로 ‘청보리’라 부른다. 이 시기를 지나면 보리는 누렇게 익기 시작한다.
2004년 제1회 청보리밭축제를 시작한 학원농장은 전 국무총리 진의종씨와 그의 모친 이학 여사가 1960년대 초반 고창군 서남부 미개발 야산 10만평을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농장이름인 ‘학원’은 이 지역의 옛 지명인 ‘한새골’에서 유래했다. ‘한새’는 이 지역에 많이 서식하는 백로·왜가리 등을 이르는 말로 이학 여사의 이름자 ‘학’과 들을 뜻하는 ‘원’을 합쳐서 ‘학의 들’이라는 뜻의 학원농장이 됐다. 1992년 아들 진영호씨가 귀농해서 관광농원을 인가받았고 이후 매년 봄에는 청보리밭축제, 여름에는 해바라기꽃잔치, 가을에는 메밀꽃잔치를 열고 있다.
올해도 7일까지 제20회 고창 청보리밭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가장 인기 있는 스폿은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 장소였던 나무 움막이다. 공간 이동이 자유로운 도깨비(공유)가 서울에 있는 집 현관문을 열 때마다 수시로 드나들던 바로 그곳이다. 잘 생긴 배우 공유를 떠올리며 한껏 미소 짓는 아내와 이 모습을 멋진 사진으로 담기 위해 노력하는 남편, 오랜만에 친구들과 소풍 나온 중년 여성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학원농장 부지 약 15만평에 펼쳐진 청보리밭 사이를 천천히 산책하는 데는 약 3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운 좋게 바람이라도 불어 주면 청보리가 살랑살랑 움직이며 일으키는 초록빛 파도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초록물결 속에 알알이 박힌 사람들이 꽃처럼 보이는 순간이기도 하다.
청정자연의 생태문화를 즐기려면 운곡람사르 습지, 고인돌 유적지, 고창 갯벌, 동림저수지, 병바위와 주변의 두암초당을 추천한다. 담백한 품격의 역사문화를 즐기고 싶다면 천오백년 고찰 선운사, 고창읍성, 천년도량 문수사, 전봉준 생가터, 신재효 고택, 무장현 관아와 읍성, 미당시문학관 등이 있다. 웰니스힐링 체험문화를 위해선 책마을해리, 상하농원, 고창읍성 한옥체험마을 등이 제격이다.
풍천장어의 ‘풍천’ 지금은 없는 지역
이는 모두 민물에서 자란 뱀장어가 새끼를 낳기 위해 다시 바다로 가기 때문에 생긴 설이다. 먼 바다에서 태어난 새끼 장어들은 수천㎞ 바다를 거슬러 매년 3월부터 5월 사이 우리나라 강 하구로 돌아온다. 장어는 인공 산란과 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둔 이때 고창군 사람들은 치어인 실뱀장어를 잡아 1년 동안 기르는데 이게 바로 풍천장어다. 손가락보다 가는 실뱀장어가 수천㎞ 바다를 열심히 거슬러 올라오는 힘찬 몸짓 때문에 장어는 스태미나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가장 많이 움직이는 장어 꼬리를 귀하게 여긴다.
갯벌의 고장답게 봄에 고창을 방문했다면 제철 식재료인 바지락도 맛볼 만하다. 운전자를 제외한다면 고창에서 맛보는 밥상에서 복분자주도 잊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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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정풍천장어
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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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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