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녹취록' 부정 태영호..."뭐가 문제인지 아나?"
尹, 기자들과 '깜짝 간담회'…與, '좌파 패널' 고발 엄포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12년 만에 미국 국빈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출입기자들과 '깜짝' 소통 행보로 이목을 끌었다. 6개월 만에 기자들과 만난 윤 대통령이 오는 10일 취임 1년을 계기로 대면 소통의 횟수를 늘릴지 주목된다. 또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의혹'이 파문을 낳고 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에게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한일 관계 옹호 발언을 요구했다는 '녹취록' 파문이다. 이와 별개로 여당은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좌파' 패널을 색출해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어수선한 분위기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핵심 인물인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자진 탈당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쇄신론'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이 불거진 지 3주 만에 본격적인 쇄신 작업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대적으로 당 쇄신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미국 방문 당시 화동에게 입맞춤한 것을 두고 문제 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가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녹취록' 사실·거짓 모두 문제…'사면초가' 태영호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에게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한일 관계 옹호 발언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두고 정치권이 떠들썩해. 용산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의혹으로 연결됐기 때문이야. 당사자들은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했으나,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어.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논란은 태 최고위원의 육성이 담긴 녹취가 공개되며 불거졌어. 지난 1일 MBC가 공개한 음성 녹취록에 이런 내용이 담겼어. "'민주당이 한일 관계 가지고 대통령 공격하는 거 최고위원회 쪽에서 한마디 말하는 사람이 없냐. 그런 식으로 최고위원 하면 안 돼' 바로 이진복 수석이 이야기하는 거예요. 최고위원 있는 기간 마이크 쥐었을 때 마이크를 잘 활용해서 매번 대통령한테 보고할 때 오늘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정상적으로 들어가면 공천 문제 그거 신경 쓸 필요도 없어." 태 최고위원이 보좌진에게 한 말이라고 해.
-당사자인 두 사람은 녹취 내용을 전면 부인했지?
-맞아. 이 수석은 지난 2일 그러한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공천 개입 의혹을 부인했어. 태 최고위원도 1일 페이스북에 "이 수석은 본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관계 문제나 공천 문제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 녹취에서 나온 제 발언은 전당대회가 끝나고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정책 중심의 의정활동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과장이 섞인 내용"이라고 해명했어. 이틀 뒤인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슷한 취지로 재차 소명했어.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자진 사퇴에도 선을 그었어.
-그렇다면 태 최고위원이 꾸며내서 보좌진에게 말했다는 건가?
-태 최고위원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면돌파를 선택했어. 기자회견을 보면서 태 최고위원이 지금 뭐가 문제인지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의혹 해명과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인 것 같아 안타까웠어. 사실 태 최고위원이 없는 얘기를 꾸며낸 것인지, 그의 해명이 사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어. 다만, 태 최고위원의 발언이 사실이어도, 거짓이어도 모두 문제라는 점이야. 태 최고위원이 보좌진에게 이 수석이 하지도 않은 말을 인용한 것이라면, 대통령실을 음해한 것이 되기 때문이야. 태 최고위원이 간과하는 게 바로 이 지점인 것 같아. 이게 정치적으로 얼마나 심각한 사안인지를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모른 척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야.
-반대로 태 최위원의 음성 녹취가 사실이면 대통령실이 당무에 개입한 것이 돼.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은 공직선거법과 헌법을 위배하는 중대범죄야.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과 경찰을 향해 즉각 수사를 촉구하는 이유야.
-당내에서도 태 최고위원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태 의원의 해명을 그렇게 믿는 사람들 없을 것"이라며 "어제 들은 얘기를 오늘 하는 것인데, 그 기억에 오류가 생길 정도로 태 의원이 허술한 분은 아니"라고 말했어. 유승민 전 의원도 지난 4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태 의원 말이나 이 수석 말을 믿지 못하겠다"고 언급했어.
-태 최고위원의 녹취록 파문으로 국민의힘 내부는 어수선해. 여당 한 보좌관은 최근 <더팩트>와 통화에서 "태 의원이 인사 관리에 실패한 것"이라고 꼬집었어. 의원실 직원이 내부 회의를 녹음해 언론에 제보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점에서 이같이 지적하더라고. 태 최고위원과 설화 논란을 일으켰던 김재원 최고위원 등 때문에 지난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통령-여당 지도부 만찬에 최고위원들이 배제된 것 아니냐는 풍문도 나돌더라고.
-당분간 태 최고위원을 둘러싼 여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당 중앙윤리위원회는 김기현 대표의 요청에 따라 잇단 설화로 징계 절차가 개시된 태 최고위원에 대해 녹취록 유출 파문도 병합해 심사하기로 했어. 당 안팎에서 태 최고위원이 중징계를 피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은 물론, 김 대표의 병합 심사 요청 자체가 태 최고위원의 자진사퇴 시그널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야. 당 윤리위는 오는 8일 오후 4시 회의를 열어.
◆與 '좌파 패널' 고발 엄포...내 편 아니면 적?
-국민의힘이 라디오 패널들을 고발하겠다고 하던데 어떻게 된 일이야?
-라디오 패널 전부를 고발하겠다는 건 아니고, '좌파' 패널을 색출해 조치하겠다고 해.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국민의힘은 편파방송을 남발하는 TV, 라디오에서 가짜 발언을 일삼는 좌파 패널 출연자들을 전수조사해 민형사상 고발 조치를 끝까지 취하겠다"고 말했어.
-박 의원이 이렇게 뿔이 난 이유는 뭐야?
-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방미 기간에 정치적으로 편향된 패널들이 라디오 등에 출연했다고 해. 그러다 보니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부각하기보다는 이를 깎아내리려는 비판이 대부분이었다고 보는 것 같아. 박 의원은 "대통령이 타국에서 국익을 위해 노력할 때 좌파 세력들은 앞다퉈 여론선동을 자행한 것"이라고도 했거든.
-박 의원 말대로라면 좌파가 아닌 패널들만 출연하라는 건가?
-좌파라는 건 지지층 결집을 위해 선택한 포장지인 것 같고,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는' 패널들만 출연하라는 게 아닌가 싶어. 박 의원 개인의 주장인가 했는데, 상황을 보면 '당론'에 가깝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 같아. 앞서 김기현 대표와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는 시사 보도의 정치적 편향성을 비판하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에서 "미국에서도 '가짜뉴스 때문에 골치 아프다'는 연설에 공감하더라"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거든.
-우파 패널들에게는 섭외가 들어오지 않는 거야?
-그랬다면 거절당한 패널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겠지. 이준석 전 대표는 "애초 보수진영 패널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은 도망 다니기 때문"이라며 "주제가 대통령이거나 영부인이면 긴급 펑크 내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지적했어. 또 "공천 하나만 바라보고 마이크 앞에 서기 때문에 국민이 바라는 공정한 시각에서의 마음의 소리가 아니라 굴종의 궤변을 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면 청취율이나 시청률이 안 나오고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이라고 주장했어.
-여당의 좌파 패널 고발은 여러모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 같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자체를 막기보다는 이를 다시 비판하면서 설득력을 확보하는 게 상식일 텐데 말이야.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인식이 여당을 더 고립시키는 게 아닐까 싶어.
◆尹,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과 깜짝 70분 '오찬 간담회' 뒷얘기
-윤 대통령이 지난 2일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어. 사전에 공지되지 않았던 깜짝 행보이자, 미국 국빈 방문을 마친 후 첫 외부 행사였지. 지난해 11월 도어스테핑(대통령 출근길 문답)이 중단된 이후 6개월 만에 마련된 윤 대통령과 기자들의 첫 대화의 시간이었는데, 어떤 이야기가 오갔어?
-윤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40분께부터 70분가량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기자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눴어. 다만 민감한 질문은 거의 없었고, 대통령이 답하기 편한 말랑말랑한 질문이 대부분이었어.
-"미국(에 국빈으로) 가셔 가지고 (경험한) 재미있는 얘기들 좀 전해 달라",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아메리칸 파이' 노래를 어떻게 부르셨는지 직접 들을 수 있나? 그게 제일 궁금하다", "하버드대 가서 질문이 너무 날카롭지는 않으셨나? 좋은 질문이 많기는 하더라", "대구에서 (프로야구) 시구할 때도 연세나, 커리어에 비춰 봤을 때 공을 잘 던진다는 평가도 있었고, 이번에 만찬 노래도 다들 놀랐다. '스타덤'이 그 전과 비교해서 생기신 것 같은지, 그다음에 스타덤을 실감하고 있나" 등의 질문이 나왔지. 특히 "하버드대 가서 질문이 너무 날카롭지는 않았나"라는 질문은 6개월 만에 대통령과 출입 기자들이 대면한 자리에서 그런 날카로운 질문을 본인이 하면 될 텐데, 왜 그런 질문을 한 것인지 의문이야.
-외부에 공개할 수 있는 질문 중 유의미했던 질문은 "개각이나 개편에 대해 어떤 생각인지 말씀 부탁한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은 해 주실 건가?", "이번에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나서 중국에서는 불편한 반응들이 몇 번 나왔다. 그런 반응이 대통령이 생각하는 범위 내에 있는 수준이었나?" 정도였어.
-윤 대통령은 개각·개편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고, 취임 1주년 기자회견 개최와 관련해선 "기자회견이 될지 간담회가 좋을지, 홍보수석이 시키는 대로 해야지요"라며 어떤 방식이든 언론과 소통하는 자리가 마련될 것을 예고했어. 중국과 관련해선 "한미 간 '워싱턴 선언'과 핵 기반으로 안보 협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우리한테 이의를 제기하고 비판하려고 하면 핵 위협을 줄여주든가 적어도 핵 위협을 가하는 데 대한 안보리 제재는 국제법은 지켜줘야 한다.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에 대해서 제재에 전혀 동참을 안 하면서 우리보고 어떻게 하라는 얘기인데,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재차 밝혔어.
-일부에선 윤 대통령이 이날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를 계기로 다시금 소통 강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실제 윤 대통령은 앞으로 소규모 간담회 등 언론과 소통 기회를 자주 갖겠다면서 '기자들에게 김치찌개를 끓여 주겠다'고 했던 당선인 시절 약속을 상기시키기도 했어.
-대통령실 비서관과 한 MBC 기자의 언쟁 이후 중단된 도어스테핑은 이제 완전히 안 하기로 한 거야?
-관련해 윤 대통령은 "아침에 도어스테핑 할 때가 습관이 되어서 지금도 꼭두새벽에 눈을 뜬다. 그래서 언론 기사 스크린을 다 한다"며 "그것이 없어졌지만, 그걸로 시작했기 때문에 여전히 지금 용산의 우리 수석과 비서관, 행정관들은 거의 꼭두새벽부터 저의 질문 공세에 시달린다"고 말했어. '없어졌지만'이라는 표현을 윤 대통령이 직접 썼고, 과거 도어스테핑이 열리던 장소에 가림벽이 굳게 세워져 있고, 지금 그곳에 새로운 공사도 진행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제 도어스테핑은 안 할 것으로 보여.
-오찬 메뉴는 뭐였지?
-김밥, 순대, 떡볶이, 닭강정, 그리고 윤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인 민트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이 나왔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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