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스토리] "엔진 스타트"…사람 살리는 보람에 가슴이 뛴다
서울청 테러대응과 항공대 문흥주 경감
세월호 사고 당시 3달간 DNA 수색 작업
"무사고 30주년, 300주년이 되길 바라"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김포타워 폴리스 9170. 리퀘스트, 엔진 스타트(REQUEST, ENGINE START) 엔진 시동 걸겠습니다."
"리퀘스트, 폴리스 9170. 리퀘스트 다시 2 호텔 스리 포(HOTEL THREE FOUR) 패드로 간다."
서울경찰청 테러대응과 항공대 조종사 문흥주 경감은 하늘에서 움직이는 동선을 이렇게 일일이 보고한다. 2012년 서울청 항공대에 들어온 문 경감은 12년째 헬기를 타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있다. <더팩트>와 만난 문 경감은 헬기 모형을 들고 취재진을 반겼다.
"12살 띠동갑인 형이 있는데 조종사였어요. 지금은 은퇴했지만, 형을 보면서 조종사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새처럼 날고 싶다는 막연한 꿈도 있었어요. 대학 졸업 후 ROTC로 군 장교 근무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육군항공 헬기 조종사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이름은 테러대응과지만 업무는 특공대 대테러 항공작전 간 인원 이송, 원거리 및 도서 지역 발생 수사 지원, 재난 상황 인명구조, 실종자 수색까지 다양하다. 때로는 소방청의 응급환자 이송, 산림청의 산불 진화, 해경의 해상사고 실종자 수색 증 국가적 총가용역량 동원 시에도 광범위하게 투입된다.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 때 문 경감은 3달 동안 진도와 장성을 오갔다. 전남항공대 소속이었던 문 경감은 진도 주변을 수색해 유품들을 찾아다녔다. 시신이 발견되면 DNA 분석을 위해 장성에 있는 국과수 분원에 가져다줬다.
"주 구조기관이 해경이잖아요. 그런데 해경이 초기 조치에 실패하면서 수색을 지원하러 나갔어요. 세달을 팽목항에서 DNA 샘플을 채취하고 빨리 국과수 장수 분원에 전달하고, 가족들을 찾을 수 있게 도왔어요. 실제로 보면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죠."
항공대는 24시간 근무한다. 아침에도 출근하면 전날 근무자에게 인수인계를 받는 일로 업무를 시작한다. 매일이 인수인계와 체력전의 연속이다.
"헬기는 야간에도 뜨니까 24시간 근무할 수밖에 없어요. 당직을 섰던 사람들이 바로 퇴근해버리면 상황을 이어갈 수가 없어요. 다음 근무자가 오고, 상황을 이어갈 수 있게 연계를 해줘야 합니다. 전달이 끝나면 항공기 일일점검을 하고 퇴근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업무 속에도 가장 보람차고, 문 경감의 심장을 뛰게 하는 건 사람을 구하는 일이다.
"제주항공대에서 일할 때 추자도에서 교통사고 같은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섬에는 보건소밖에 없으니까 제주대병원으로 이송해야 했어요. 헬기로 이동하면 30분이면 가니까 경찰 헬기로 많이 왔다갔다했죠. 아픈 사람을 이송하고 살리는 게 가장 보람 있지만 되도록 그 후에 어떻게 됐는지는 알아보지 않아요. 혹시나 잘못됐다면 마음이 안 좋으니까요. 가끔 지방청을 통해서 편지를 보내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 뭉클하죠."
이렇게 목숨을 구하는 일을 하는 조종사지만, 정작 헬기 조종사는 비상탈출을 할 수 없다. 영화 <탑건>에서 조종사들이 비상 상황에 탈출하지만, 헬기는 프로펠러 때문에 비상탈출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절벽이나 고압선에 걸리면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조종사들이 섬세하고 차분해야 하는 이유다.
"헬기는 엔진이 꺼져도 프로펠러만 살아 있으면 살 수 있어요. 평소에도 바람개비처럼 내려가는 훈련을 합니다. 그런데 만약 프로펠러가 부러진다면 그건 사고로 이어집니다. 조난당한 사람을 구하러 산이나 절벽에 가면 최대한 가까이 가야 하지만, 세밀하게 조종해서 프로펠러가 닿지 않게 조종해야 하는 게 어렵죠."
서울청 항공대는 올해로 무사고 30주년을 맞았다. 문 경감은 자신이 퇴직할 때까지, 그 이후에도 무사고 기록을 이어가는 게 소원이다.
"서울청 항공대는 무사고 30년을 자랑하는 조직입니다. 이 기록이 무사고 300년이 되는 것이 제 오랜 소원입니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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