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가조작 가담하다 이제 와 ‘피해자 행세’, 가당키나 한가

2023. 5. 6. 00: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SG증권발(發) 무더기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 조작을 주도한 불법 투자회사 대표와 그에게 돈을 맡긴 전주들이 하나같이 '나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가 조작의 타깃이 된 기업 오너 일가 등이 폭락 전에 높은 가격에 지분을 판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이들 역시 "우연히 그때 주식을 판 것뿐"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라 씨는 불법 업체 운영 사실만 인정할 뿐 주가 폭락의 책임을 해당 기업 오너 등에게 돌리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G증권발(發) 무더기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 조작을 주도한 불법 투자회사 대표와 그에게 돈을 맡긴 전주들이 하나같이 ‘나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가 조작의 타깃이 된 기업 오너 일가 등이 폭락 전에 높은 가격에 지분을 판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이들 역시 “우연히 그때 주식을 판 것뿐”이라고 한다.

사건의 핵심인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는 미등록 업체를 세워 투자자를 모으고, 유통량이 적은 9개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1∼3년에 걸쳐 주가를 끌어올리고 수익의 절반을 챙겼다. 특히 전주들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증거금의 2.5배까지 투자할 수 있는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들까지 만들어 주가를 조종했다.

당국에 등록하지 않고 투자자문업체를 운영하거나, 타인 명의로 CFD 계좌를 여는 건 모두 불법이다. 특히 여러 투자자의 계좌와 휴대전화를 이용해 한쪽에선 팔고, 다른 쪽에선 비싸게 사서 주가를 높인 통정매매는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행위로 처벌 대상이다. 그런데도 라 씨는 불법 업체 운영 사실만 인정할 뿐 주가 폭락의 책임을 해당 기업 오너 등에게 돌리고 있다.

연예인, 의사, 재력가 등 수백 명의 전주들 역시 고수익을 노리고 돈과 개인정보를 불법 업체에 일임했다는 점에서 순전한 피해자라고 할 수 없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주가 상승 등 조작 가능성이 의심되는데도 주위 사람들까지 끌어들였다. 이들 중 상당수는 주가가 폭락해 CFD 거래 증거금이 부족해지면서 수억∼수십억 원씩 빚을 졌다고 한다.

문제의 종목들이 폭락하기 직전에 주식을 처분한 이들도 여럿이다.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폭락 나흘 전 자사 주식을 팔아 605억 원을 현금화했다. 서울도시가스 회장은 그보다 사흘 앞서 457억 원어치의 주식을 처분했다. 회사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내부자들이 폭락 직전 주식을 대량으로 팔았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심을 살 만하다.

이번 주가 폭락 사태는 제도의 허점, 감독당국의 부실한 감시망을 틈타 불법적으로 부당 이득을 취하려던 이들의 조직적 범죄란 점이 확인되고 있다. 자본시장의 건전성 회복을 위해 스스로 피해자인 척 코스프레하는 조작 세력들의 실체를 끝까지 추적해 빠짐없이 처벌해야 한다.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