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불구속 사이 중간지대 만들자”…‘조건부 석방’ 도입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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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구속영장 단계에서 조건부로 피의자를 석방하는 제도 도입 논의에 군불을 다시 지피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영장 단계에서의 조건부 석방제는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보증금 납부나 주거제한, 제3자 출석보증서, 전자장치 부착, 피해자 접근 금지 등 일정한 조건을 붙여 피의자를 석방하는 제도다.
구속된 피의자를 풀어주는 보석 제도를 구속영장 발부 단계에서 도입해 구속 없이 바로 석방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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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구속영장 단계에서 조건부로 피의자를 석방하는 제도 도입 논의에 군불을 다시 지피고 있다. ‘구속 또는 불구속’이라는 현행 제도의 일도양단식 결정에서 선택지를 추가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무죄 추정, 불구속 수사 원칙을 지킬 수 있다는 기대와 수사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영장 단계에서의 조건부 석방제는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보증금 납부나 주거제한, 제3자 출석보증서, 전자장치 부착, 피해자 접근 금지 등 일정한 조건을 붙여 피의자를 석방하는 제도다. 구속된 피의자를 풀어주는 보석 제도를 구속영장 발부 단계에서 도입해 구속 없이 바로 석방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판사는 구속영장 발부와 기각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는데, 현실과 괴리된 제도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피의자의 범죄 혐의나 상황 등에 맞게 비례성 심사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달 21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구속제도의 개선 방안’ 공동학술대회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김유정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많은 법관은 실무 경험상 구속과 불구속의 경계에 있는 사건을 다수 접하고 있다”며 “적절한 조건을 부과해 피의자를 석방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종국적으로는 범죄피해자의 권리 구제에도 충실을 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판사는 피해자 보호나 재범 방지를 위해서는 접근금지나 전자장치 부착의 석방 조건이 있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교통사고 범죄의 경우엔 특정 차량 운행을 금지하는 등의 조건도 제안했다.
특히 사회적 문제로 대두한 스토킹 범죄 가해자를 능동적으로 감시하기 위해서도 이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법원이 피의자 신병을 구속하지 않는 경우라도 전자발찌 부착과 피해자 접근 금지 명령 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전반에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대법원 사법행정자문회의 재판제도분과위가 2021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법관의 81.8%, 변호사의 94.4%가 조건부 석방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조건부 석방제는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 논의가 이뤄졌지만, 검찰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1999년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영장 단계 보석제도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2006년에는 사개추위가 영장 단계 조건부 석방제를 본격 추진하면서 정부안으로 국회에 법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2010년과 2017년에도 도입 논의가 있었고, 2018년과 2019년에는 몇몇 국회의원이 관련 법안을 제출했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검찰은 이런 논의에 대해 반대 입장을 펴왔다.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증거를 인멸하거나 또다른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 등이 있기 때문이다.
한대웅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은 지난달 학술대회에서 “구속돼야 할 피의자가 조건부로 석방될 경우 피해자 보호에 역행하는 제도”라며 “명확한 결정 기준 부재로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 저하와 수사상 장애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반대했다. 그는 조건부 석방제가 있었더라도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은 막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또 조건부 석방제가 도입되면 결국 보석금을 조건으로 석방되는 경우가 많아 이른바 ‘유전석방 무전구금’(돈 있으면 석방·돈 없으면 구금)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의 우려가 없는 부유층 인사는 보석금 납부나 출석보증서 제출 등 각종 조건을 쉽게 충족시킬 수 있지만, 서민들에게는 이런 조건 하나하나가 난제여서 부유층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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