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감학원 아이들, 빛도 못 보고 여전히 땅 속에”
[앵커]
인적 드문 산비탈에 자그마한 봉분 수십 개가 솟아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부터 40년 넘게 아이들에게 강제노역을 시킨 선감학원 피해자들이 암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해 9월, 시험발굴 하루 만에 유해가 나오기도 했는데 반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 묘비명도 없이 묻힌 아이들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뭔지, 김성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금은 육지와 이어진 서해 선감도.
이곳에 있던 소년 수용소 선감학원 인근 공터에는 아픈 근현대사가 서려 있습니다.
어린 강제노역 희생자들의 유해 150구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선감학원 피해자/음성변조 : "죽은 동료들도 많이 봤고 (선감학원 인근에) 직접 묻어주고 그랬거든요. 지금도 트라우마·우울증 같은 게..."]
생존자들이 지목한 장소를 지난해 9월 시험 발굴하자 하루 만에 유해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정부와 경기도에 정식 발굴을 권고했습니다.
반년 넘게 지났지만, 매장 추정지는 수풀만 무성합니다.
현재 시굴이 이뤄졌던 장소엔 이렇다 할 출입통제도 없어 현장 훼손 우려도 제기됩니다.
정부와 경기도 모두 손을 놓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구체적인 발굴 계획도 아직 내놓지 않았고, 경기도는 피해자 지원만 맡고 있다며 발굴에는 뒷짐 지고 있습니다.
[한창섭/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지난 3월/국회 행정안전위원회 : "관계 기관과 협의해서 지금 처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고요. 적극적으로..."]
피해자들의 속은 타들어 갑니다.
[깁갑곤/선감학원 피해자협의회 사무국장 : "어린 유골들이고 땅이 산성도가 높아서 유해 발굴을 빨리하지 않으면 그 흔적과 유해를 발굴하기가 어렵습니다."]
과거사와 관련된 권고 조치가 무용지물이란 지적이 나오자, 9월부터는 권고 이행 상황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점검하도록 법이 개정됐습니다.
확인 주체로 행안부가 명시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권고 이행을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선감학원에 묻힌 아이들이 언제 빛을 보게 될지는 기약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KBS 뉴스 김성숩니다.
촬영기자:김현민/영상편집:김지영/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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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기자 (ss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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