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세리에A 챔피언 등극…‘마라도나 영광의 시절 ’ 재현
5경기 남기고 3번째 우승 확정
수십만명 거리로 나와 기쁨 만끽
김민재, 이탈리아 진출 첫해
철벽수비 찬사 속 주역 ‘우뚝’
“역사적인 순간 일원이 돼 행복”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나폴리 원정 팬들이 일제히 그라운드로 달려나갔다. 김민재(27·나폴리)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올랐다. 주위를 둘러싼 팬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33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한 나폴리와 김민재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뜻깊은 하루였다.
나폴리는 5일 이탈리아 우디네의 다키아 아레나에서 열린 우디네세와의 2022~2023 이탈리아 세리에A 33라운드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리그 종료까지 5경기를 남겨둔 채 승점 80점을 확보한 나폴리는 2위 라치오(승점 64점)를 16점 차로 따돌리며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팀 역대 3번째이자, 디에고 마라도나가 뛰던 1989~1990시즌 이후 33년 만의 우승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나폴리로 이적한 김민재도 이적 첫해 곧바로 우승 기쁨을 누리게 됐다. 한국 선수가 유럽 5대 리그(잉글랜드·스페인·이탈리아·독일·프랑스)에서 주축으로 뛰며 우승한 것은 2010~2011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서 뛰던 박지성 이후 12년 만이다. 수비수로는 최초다. 2018~2019년 정우영이 있던 바이에른 뮌헨이 독일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한 적 있지만, 당시 정우영은 1경기에 교체 출전해 3분 남짓을 뛰는 데 그쳤다. 현재 한국 축구의 상징인 손흥민(토트넘)도 못해본 리그 우승을 김민재는 이적하자마자 경험하게 됐다.
이탈리아는 지역 간 정서가 매우 다르다. 특히 부유한 북부와 빈곤한 남부의 갈등이 심각하다. 남부의 중심 도시인 나폴리 구단은 북부로 원정을 가면 심한 모욕을 당하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하수구’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우승컵을 안긴 마라도나를 나폴리 시민들이 예수처럼 여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나폴리 감독은 우승 확정 후 “나폴리 팬들은 마라도나의 경기를 봤던 사람들이다. 마라도나의 가호가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고 했다.
지난 시즌 3위였던 나폴리는 시즌 후 유럽 최고 중앙수비수 중 한 명인 칼리두 쿨리발리(첼시)를 떠나보내며 수비진에 큰 공백이 생겼다. 페네르바체(튀르키예)에서 기량을 충분히 증명하고 온 김민재일지라도 나폴리 팬들이 100% 신뢰하기는 어려웠다.
김민재는 한 달 만에 의구심을 찬사로 바꿨다. 초반부터 엄청난 활약을 펼치면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리에A ‘이달의 선수’에 선정됐다. 아우렐리오 데라우렌티스 나폴리 회장은 우승 확정 후 “조지아인(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과 한국인을 영입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내가 농담하는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승승장구하던 김민재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지난 3월 우루과이와의 A매치 뒤 느닷없이 “축구도 힘들고 몸도 힘들다. 당분간은 소속팀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국가대표 은퇴설로 번지자 해명해야 했고 이후 손흥민과의 불화설까지 심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사이 나폴리는 AC밀란에 0-4로 완패하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민재는 지난달 24일 유벤투스 원정에서 팀의 1-0 승리를 이끌며 다시 살아났다. 결국 이번 우승 결정전까지 팀 수비의 핵으로 종횡무진 활약했다.
우승 확정 후 나폴리 시내에서는 시민 수십만명이 몰려나와 폭죽을 터뜨리며 기쁨을 만끽했다. 김민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리가 이탈리아 챔피언이다. 이 역사적인 순간의 일원이 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밝혔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나폴리는 마라도나가 그 좁은 골목길을 누비던 시절 이후 다시 우승의 영광을 누리게 됐다. 그들은 시즌 마지막 날인 6월4일 또 한 번 거대한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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