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도, 울타리도 없이…“지적해도 그대로”

최은진 2023. 5. 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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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아이들, 밝고 건강하게만 키우고 싶지만 안타까운 사고 소식 들을 때마다 혼자 학교 보내기도 불안하죠.

지난해 말, 서울 강남에선 9살 아이가 하굣길에 숨졌고, 지난달 대전에서도 음주 차량이 아이를 덮쳤습니다.

둘 다 '어린이보호구역' 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겐 '말뿐인' 안전지대였던 겁니다.

어린이보호구역이 지정된 전국 초등학교는 6천 곳이 넘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일부 구간에 보행로가 없고, 열에 하나는 보도 자체가 없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이 우리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 건지 최은진 기자가 현장을 점검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입니다.

하교하는 아이들이 차량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고, 차들도 아이들을 가까스로 피합니다.

제대로 된 보행로도, 방호 울타리도 없습니다.

[임보영/초등학교 1학년 : "차가 갑자기 빠르게 와가지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어요. (얼마나 자주 그래요?) 일주일에 두세 번."]

등하교 시간, 차량 통행을 제한한다고 해도 운전자들을 막기는 역부족입니다.

불법 주정차한 차량은 가림막 역할을 해 더 위험합니다.

[운전자/음성변조 : "방법이 없잖아요. 다른 데 세울 데가 없잖아요."]

이 초등학교 앞에서 15년간 어린이 보행자가 다친 사고만 11건입니다.

[강경림/학부모 : "학교를 보내도 안심할 수 없고. 진짜 이것도(안전 시설도) 좀 늘려줬으면 좋겠어."]

무단횡단하지 않고는 등교할 수 없는 초등학교도 있습니다.

6개 차로를 건너서 학교에 가는데, 횡단보도까지 가는 길목에 건널목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좁은 '교통섬'에 잠시 대피해 파란 불을 기다립니다.

[신현우/초등학교 3학년 : "올 때마다 무서워 가지고 아무것도 못 하고 가만히 있을 때가 많아 가지고..."]

KBS는 학부모들의 제보를 받고 꼭 1년 전, 이곳을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앵커/2022년 5월 5일 : "교통사고의 위협이 끊이지 않는데..."]

다시 가 본 현장은 그 모습 그대로였고, 지자체와 경찰은 '신호 체계를 바꾸기 어렵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김정필/학부모 : "달라진 것 없고요. 내년에 (막내가) 1학년 되는데 빨리 좀 개선이 됐으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매년 500건 정도입니다.

어린이보호구역에 보도와 울타리를 의무 설치하는 법안이 올해 초 발의됐지만, 아직 상임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촬영기자:최하운 정준희/영상편집:한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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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 기자 (ejc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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