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잃은 ‘상실’ 어루만지는 위로[책과 삶]
선재의 노래
공선옥 지음
창비 | 176쪽 | 1만4000원
그날은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날이었다고 선재는 기억한다. 푹푹 찌는 열기가 집 안으로 들어왔고 매미가 울었다. 여름방학 첫날이지만 선재는 할머니에게 학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친구인 상필이네로 놀러 갔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계란을 부쳐서 볶음김치와 비벼 우걱우걱 먹었다. 이장이 집으로 와 할머니가 시장에서 쓰러졌다고 말했다. 선재가 병원에 도착하자 의사는 할머니가 조금 전 사망했다고 말한다. 일찍 엄마와 아빠를 잃은 선재는 이제 혼자가 됐다.
애도의 과정을 그린 청소년 소설이다. 선재는 할머니가 진짜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것을 문득 깨닫는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밥을 먹는 자신을 탓하고, 할머니와의 추억이 떠올라 소리쳐 운다. 할머니에게 거짓말한 것이 떠올라 자신에게는 울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다행히 선재 곁에는 상실을 겪은 이웃들이 있다. 그들이 선재를 찾아와 밥을 먹인다. 선재를 껴안고 같이 울기도 한다. 할머니의 유골을 업고 여행을 떠나려던 선재는 ‘절골로 가자’는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무작정 절골로 향한다. 그 길 위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각자 아픔을 가진 그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선재를 위로한다.
공선옥 작가는 지난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겪은 후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선재의 슬픔이 누군가의 슬픔에 안식을 주기를 바라고 썼을 것이다. 그는 작가의 말에 이렇게 썼다. “글을 쓰면서 나는 선재가 되었다. 선재는 글 밖으로 나와 내 등을 쐐애, 쐐애, 쓸어 주었다. 슬픔이 슬픔을 어루만져 주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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