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라 생각했던 모든 것이 한순간에…[토요일의 문장]

김종목 기자 2023. 5. 5.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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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죽음 후 온갖 물건들의 목소리를 듣게 된 열네 살 소년 베니와 저장강박증을 겪는 엄마 애너벨”의 상실과 치유,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인용 문단은 애너벨이 발견한 책 ‘정리의 마법사’에 나오는 구절이다. 루스 오제카는 이 성장소설에서 자본주의, 소비문화, 기후변화 같은 이슈를 다루며 선불교와 마르크스, 베냐민의 철학도 엮어낸다. 그는 선불교 승려이기도 하다. 2013년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오제카는 2022년 이 책으로 여성문학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단은 “책과 독서의 힘을 예찬하는 이 책은 삶과 죽음이라는 큰 주제를 다루면서도 읽는 즐거움이 가득하다”고 평했다.

(<우주를 듣는 소년>(인플루엔셜) 중)

지진이 우리를 흔들어 깨었고, 쓰나미가 우리의 망상을 쓸어갔다.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가치관과 물질적 소유에 대한 집착에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내 소유물, 내 가족과 내 인생-이 한순간 휩쓸려가버릴 수 있다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게 된다. ‘진짜란 무엇인가?’ 해일은 우리에게 무상함이 진짜임을 일깨워주었다. 이것이 우리의 진정한 본성을 깨닫게 하고 있다.

이미 깨졌다.

이것을 알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완전하게 무조건적으로, 기대나 실망 없이 사랑할 수 있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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