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기업 아닌 친경쟁” 경제학 논쟁을 짚다[책과 삶]

김원진 기자 2023. 5. 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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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니바퀴와 괴물
다이앤 코일 지음·김홍옥 옮김
에코리브르 | 356쪽 | 2만1000원

경제학자가 ‘경제학 논쟁’을 다뤘다. 저자인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다이앤 코일은 경제학자다. 저자의 관점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경제학의) 진전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돌아보고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경제학을 현대 과학의 위대한 지적 여정의 일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깎아내리는 경향에는 맞서야 한다.”

코일은 경제학 비판이 ‘허수아비 때리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경제학이 수학 공식에만 매몰되었다는 비판, 경제사상과 역사에는 관심 없다는 지적은 반박 가능하다. 그는 “모든 학문은 인과관계를 따져보기 위해 저마다 (수리적) 모형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최근 이뤄진 경제학 연구의 상당수는 역사적 맥락의 이해가 필수인 제도경제학적 접근을 취한다는 점도 예로 든다. 저자는 또 “시장과 기업의 개념이 혼란스럽게 쓰이고 있다”면서 대다수 경제학자는 친기업적인 게 아니라 경쟁을 도모하는 시장의 메커니즘을 선호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기업은 경쟁을 싫어하지만 경제학자는 경쟁을 반긴다.

반면 경제학이 고수하는 몇 가지 가정에는 회의적이다. 그는 “경제학은 우리 모두를 톱니바퀴로 간주하는 기존 관성에 안주하느라 새로이 부상하는 현상을 다룰 만한 도구를 미처 마련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인간의 선호가 고정돼 있다는 가정이나 디지털화,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개인의 행태가 바뀌고 있는데 여전히 ‘이기적 개인’을 가정하는 식의 접근이 주요 비판 대상이다.

저자는 경제학이 다양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질문을 이끌어내는 경험의 다양성이 사회과학에서 중요한데, 경제학의 백인 남성 편향은 여전히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2019년 기준 전체 경제학 교수 중 여성은 14.5%에 불과했다. 저자인 코일 또한 14.5%에 속하는 여성이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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