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여성을 ‘눈요깃감’으로 본 마티스…명작 속 숨은 ‘범죄들’[이미지로 여는 책]
미술관에서 만난 범죄 이야기
이미경 지음
드루 | 384쪽 | 2만2000원
‘색채의 대가’ 앙리 마티스(1869~1954)는 한국에서 크게 사랑받는 화가다. ‘핫플레이스’라 불리는 카페와 음식점에는 마티스의 작품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걸렸다. 마티스 작품의 간결한 선과 색채가 2020년대 유행한 미니멀리즘과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하지만 <미술관에서 만난 범죄 이야기>를 읽고 나면 마티스의 작품을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보게 된다. 마티스는 여성을 모델로 한 그림을 즐겨 그렸는데, 프랑스 여성과 식민지 여성을 재현할 때 차이를 뒀다. 자국 여성은 교양 있고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그린 반면 식민지 여성들은 언제든 성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대상으로 봤다. ‘빨간 바지를 입은 오달리스크’ 속 식민지 여성은 오로지 신체만 강조된 채 눈요깃감으로 전락해버린다.
<미술관에서 만난 범죄 이야기>는 서양미술에 재현된 범죄를 다섯 가지(사기, 성매매, 성폭행, 납치, 살인)로 분류하고 이에 얽힌 뒷이야기를 전하는 책이다. 연세대 인문학연구원 연구교수인 이미경은 아름다운 명화 속에 숨어 있는 잔혹한 범죄 이야기를 찾아낸다.
아름답게 그려진 초상화를 미리 받았다가 실제와 달라 실망해 ‘포토숍 사기 사건’으로도 불리는 영국 헨리 8세와 클레페(독일) 출신의 그의 4번째 아내 앤 사건, 당대 성매매 장소의 비밀이 담긴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아비뇽의 아가씨들’ 등 27가지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서양미술사는 물론 당시 사회의 모순도 이해하게 된다.
저자는 “일방적인 관람의 시점이 아니라 그간 배제된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길 바란다”며 그것이 책의 목표라고 밝혔다. 목표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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