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 11월 APEC 정상회의에 차이잉원 참석 검토... 中 반발 거셀 듯
“대만이 APEC 정회원으로 참여하는 것은 미 우선순위”
“中 침공으로 ‘대만 반도체’ 끊기면 연간 1조달러 피해”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를 주최하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을 참석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대만 총통이 수교국들을 순방하러 가는 길에 경유지로 미국을 들른 적은 있지만, 국가 수반 자격으로 공식 방문한 적은 없었다. 이 같은 방안이 추진될 경우 미·중 갈등은 한층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 맷 머리 APEC 담당 선임관은 4일(현지 시각) 국무부 외신기자클럽(FPC) 회견에서 대만의 적극적인 활동을 지지하고, 차이 총통의 정상 회의 참석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차이잉원 총통이 (정상 회의 참석차) 직접 미국을 찾게 되느냐”는 질문에 “(초청 대상을) 어떻게 할지 아직 최종 결정을 하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초청하는 데 있어 모든 절차를 밟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차이잉원 총통 참석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또 대만에 대해 “APEC의 동등한 회원(equal member)으로 지속적으로 정식 회원으로 참여하기를 분명히 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대만의 APEC) 참여를 저해하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중국의 방해로 APEC 참여가 축소·제한되지 않는지 파악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대만(Taiwan) 대신 APEC 가입 명칭인 ‘차이니스 타이베이(Chinese Taipei)’라고 불렀지만, 정식 회원으로 대우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APEC은 중국의 공세에 밀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대만이 가입돼 있는 몇 안 되는 국제기구다. 1989년 한국·미국·일본 등의 주도로 설립됐으며, 대만은 2년 뒤인 1991년 중국·홍콩과 가입했다. 대만 가입은 회원국을 주권국가(state)가 아닌 경제체제(economy)로 지칭하고, 국기 게양도 허용하지 않는 APEC의 독특한 운영체제 때문에 가능했다. 가입 당시 대만은 한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국들과 외교 관계를 유지하는 등 지금보다 덜 고립돼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APEC 연례 일정의 하이라이트인 국가 수반의 정상 회의 참석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정상 회의에는 총통이 지명한 ‘총통 대표’가 참석했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TSMC 창업자 장중머우(張忠謀) 전 회장이 차이잉원 총통을 대신해 지난해 11월 태국 방콕 APEC 정상 회의를 포함해 총 6차례 총통 대표로 참석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실력자였지만, 국가 수반 자격으로 정상 외교를 수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내 대중(對中) 강경파들을 중심으로 중국 견제 전략의 일환으로 ‘대만의 국제기구 활동’ 카드를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달 공화당 하원의원 21명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차이 총통을 APEC에 초청해야 한다는 서한을 냈다. 이 소식이 알려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가 차이잉원 참석 가능성 검토 발언을 했다. 대만 총통 APEC 참석 문제에 민주·공화 양당이 초당적으로 머리를 맞대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중국이 APEC 회원국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차이 총통 참석을 밀어붙이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많다. 앞서 중국군은 지난달 차이 총통의 방미 등에 반발해 대만을 사방으로 포위하는 형태의 강도 높은 무력 시위를 감행했었다.
미국이 이처럼 대만을 챙기는 것은 대만 안보 문제와 자국 경제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는 미 당국자 발언도 나왔다.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장(DNI)은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TSMC의 반도체 생산이 중단되면서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 영향이 초기에는 연간 최대 1조달러(약 1300조원) 이상이 될 것이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차이잉원 총통의 APEC 정상 회의 참석은 이전의 미·중 갈등 사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폭발성을 가진 이슈라는 점에서 미국이 대중국 카드 정도로 활용하는 데서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차이 총통의 APEC 참석 현안은 대만 정치권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APEC 정상 회의가 대선을 불과 두 달 앞두고 열리기 때문이다. 대만 독립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은 행정원장(국무총리)으로 차이잉원을 보좌한 라이칭더를 차기 대선 후보로 낙점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라이칭더가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중국의 군사 공세가 노골화돼 양안 정세 안정을 바라는 표심을 자극할 경우 판세가 예측 불허로 전개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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