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푸틴 암살 시도’ 설전에 등 터지는 우크라
미 “전쟁 프레임 바꾸려 거짓말”
우크라 향해 대대적 보복 공격
헤르손 등 민간인 피해 눈덩이
러시아 대통령 관저인 크렘린궁에 대한 드론 공격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이 공격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암살을 노린 우크라이나 소행이라고 주장했던 러시아 정부는 4일(현지시간) 공격 배후로 미국을 지목했고, 미 백악관은 “명백하고 뻔뻔한 거짓말”이라고 맞섰다. 보복 공격을 예고한 러시아는 이틀째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대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러시아의 거짓말과 달리 어떤 식으로든 미국이 이 일(크렘린궁 공격)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러시아는 처음부터 이 전쟁을 서방 대 러시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대 러시아, 미국 대 러시아의 싸움으로 그리려 했다”면서 “이번 일은 푸틴이 그런 프레임을 씌우려는 것에 완벽히 들어맞는다”고 했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전날 “이 테러 행위에 대한 결정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미국이 내리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권력 심장부라 할 수 있는 크렘린궁에서 3일 새벽 발생한 드론 공격을 두고 러시아의 자작극, 우크라이나의 심리전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러시아는 이틀 연속 우크라이나를 대대적으로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남부군사령부 관계자는 3일 밤~4일 새벽 러시아가 키이우와 오데사 등지에 24기에 이르는 자폭 드론을 보냈으며, 이 가운데 18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4일 밤에도 러시아의 드론·미사일 공격이 이어졌다. 키이우뿐만 아니라 전국 주요 도시에서 공습경보가 울렸고, 오데사에서도 8차례의 폭발이 발생했다. 가장 피해가 큰 곳은 지난해 8개월간 러시아가 점령했던 남부 도시 헤르손이었다. 3일 헤르손에서는 민간인에 대한 러시아군의 무차별 포격으로 최소 23명이 숨지고 46명이 다쳤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포격 현장의 처참한 사진을 공개하며 “우리는 범죄자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병력과 군수품 부족으로 올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공세를 벌이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휴전협상에 나서지도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ODNI) 국장은 4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러시아가 강제 징병을 시작하지 않고 이란 등으로부터 상당한 양의 탄약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적당한 수준의 공격 작전조차 유지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헤인스 국장은 그럼에도 러시아가 정치적 이유로 휴전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며 동부와 남부 점령지를 통제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출 것으로 내다봤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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