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지하철 노숙인 사망…NYT “한 사람의 죽음 이상의 의미”
인종문제 넘어 공공장소 안전·정신질환자 대처 등 다방면서 논쟁 촉발
미국 뉴욕의 지하철에서 30대 노숙인이 소란을 피우다 다른 승객의 제지를 받았다. 이 승객은 노숙인에게 ‘헤드록’을 걸었고, 결국 그는 질식사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뉴욕 지하철에서 발생한 노숙인 질식사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미국 사회의 해묵은 인종 문제뿐 아니라 공공장소의 안전, 노숙인과 정신질환자에 대한 지역사회의 돌봄과 대처 등 여러 갈래의 논쟁을 촉발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한 승객이 다른 승객을 목 졸라 살해한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기 시작하자마자 이 사건은 한 사람의 비극적 죽음 이상을 의미하게 됐다”고 4일 보도했다.
숨진 노숙인은 30세의 흑인 남성 조던 닐리였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의붓아버지에게 살해된 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닐리에게 헤드록을 걸었던 승객은 24세 백인 남성으로, 전직 미 해병대 군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시 영상을 보면 닐리의 뒤에서 헤드록을 건 이 남성 외에도 두 남성이 닐리의 몸을 짓누르며 그가 저항할 수 없도록 했다.
사건 직후 가해자는 경찰에 구금돼 조사를 받았지만 도주의 위험이 없다며 곧 풀려났다. 그러나 닐리가 사망한 원인이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라는 검시 결과가 나왔는데도 가해자가 풀려난 것을 두고 인종차별적 대처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뉴욕시의회 최초의 흑인 여성 의장인 에이드리언 애덤스는 성명을 내고 “흑인과 다른 유색인종들이 계속 직면하고 있는 이중 잣대를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닐리가 사망한 지하철역에선 경찰의 대처를 비판하고 가해자 체포를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 사건은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의 안전 문제와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우는 이들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사건 전 닐리는 열차 안에서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다며 승객들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돌아다녔는데, 승객에게 폭력이나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승객 세 명에게 제지를 당해 사망에 이르는 동안 이를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NYT는 많은 뉴욕 시민들이 지하철에서 벌어진 여러 범죄와 폭력으로 인해 공공안전에 두려움을 갖고 있으며, 소동에 휘말려 다치거나 죽임을 당하지 않기 위해 소란스럽고 위험해 보이는 승객을 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많은 뉴욕 시민들이 가해자가 도를 넘었고 그가 기소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도시의 공공안전에 대한 오랜 불안과 두려움이라는 ‘상충된 감정’과 씨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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