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지민 닮으려 성형수술 중 사망? '신빙성 확인 불가' 정정 않는 언론사들
지난달 25일부터 30곳 넘는 언론사, 영국 '데일리메일' 인용 보도 쏟아내
한국일보 "전문 삭제" YTN "철저한 팩트 검증 후 기사 송고할 것"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을 닮으려고 캐나다 출신 배우가 한국에서 3억 원을 들여 12번 성형수술을 했다가 합병증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보도됐으나 허위보도인 것으로 드러났다. 30개 넘는 매체가 이 소식을 보도했는데, 적극적으로 기사를 삭제하고 정정보도를 한 매체는 YTN, 한국일보뿐이었다.
지난달 25일 세계일보는 <“BTS 지민 닮고파” 캐나다 배우, 성형 12번에 3억 썼는데... 한(韓)서 턱수술 중 사망> 기사를 영국의 '데일리메일'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세인트 본 콜루치(22)는 지난 23일 오전 한국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앞서 콜루치는 BTS 지민과 닮기 위해 지난해 턱 보형물 삽입, 안면 리프팅, 코, 안구 및 눈썹 거상술, 입술 축소 등 사소한 수술을 포함해 총 12차례의 성형 수술을 받았다. 수술 비용만 무려 22만 달러(약 2얼4900만 원)에 달했다”며 “지난해 11월 삽입한 턱 보형물을 제거하기 위해 지난 22일 저녁 수술받았다. 하지만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했고, 삽관을 시도했으나 결국 몇 시간 후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 보도 이후 아시아경제, 뉴스엔, 스포츠경향, MBN, 굿모닝경제, 스타뉴스, 헤럴드경제, 스포티비뉴스, 여성신문, 뉴스워커, 스포츠동아, 디지털타임스, 국제뉴스, 뉴시스, YTN, 매일경제, 아주경제, 동아일보, 뉴시스, 조이뉴스24, 라온신문, 머니S, 이데일리, 아이뉴스24, OSEN, 일간스포츠, 한국경제, 허프포스트코리아, 엑스포츠뉴스, 스포츠동아, 서울경제, 데일리메디 등이 이 소식을 보도했다.
언론들이 인용한 데일리메일은 어떤 언론일까. 영국 출신으로 한국에서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 중인 라파엘 라시드는 과거 미디어오늘에 “영국에서 가장 선정적인 스토리를 찾으려면 데일리메일만 찾으면 된다. 데일리메일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들에게 수익을 창출하는 기사를 클릭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30건이 넘는 기사가 쏟아지자, 라파엘 라시드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이 내용이 사실이라는 증거가 없다. 우선, 데일리메일에 포함된 사진은 인공지능이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한국일보와 YTN은 기사를 삭제하고 정정 보도했다. 한국일보가 기사를 삭제하자, 앞서 데일리메일을 인용해 캐나다 출신 배우 사망설을 제기한 서울신문, 매일경제, 엑스포츠뉴스, 헤럴드경제, 한국경제 등은 가짜뉴스일지도 모른다는 기사를 추가로 보도했다.
지난달 26일 한국일보는 “26일 오전 출고한 기사 'BTS 지민 같은 V라인 원해' 캐나다 배우... 기사의 전문을 삭제한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언론 데일리메일을 인용한 보도인데, 한국일보 뉴스룸이 기사에 나온 팩트를 점검해 보니 원문 보도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어려워 삭제한다. 앞으로 한국일보는 기사 팩트체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YTN도 <지민 닮으려 성형하다 숨진 캐나다 배우?... “관련 사건 확인 안 돼”> 기사에서 “YTN은 26일 송고한 'BTS 지민 닮으려 12번 성형... 캐나다 배우, 합병증으로 사망' 기사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어려워 삭제 처리했다. 앞으로 보다 철저한 팩트 검증 후 기사를 송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MBC는 <[단독] “성형하다 사망한 캐나다 배우 확인 안돼”.. '가짜뉴스'에 낚인 한국 언론> 기사에서 “인공지능 감별 사이트에 숨졌다는 배우의 사진을 넣어봤다. 5장 중 3장이 73%, 74%, 86%의 확률로 'AI'라는 판정이 나왔다. 한국 경찰에도 직접 물어봤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는 아직 이런 사건은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취재됐고, 관련된 변사 사건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MBC는 이어 “결국 국내 주요 언론들이 기초적인 사실확인 없이 기사를 퍼 나르느라 '가짜뉴스'에 낚인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관련 기사 : 지구 반대편 강도·성범죄, 뉴스 가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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