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 잇단 ‘사고’…근본 원인 놔두고 ‘개인’ 책임만 묻는 국민의힘

정대연·문광호 기자 2023. 5. 5.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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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태영호 징계 임박했지만 땜질 처방에 유사한 사고 재연 우려

국민의힘에서 태영호·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한 중징계가 임박했다.

‘대통령실 공천개입 의혹’ ‘왜곡된 역사관’ 같은 본질적인 원인은 덮어둔 채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어 상황을 마무리할 경우 같은 문제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태 최고위원에 대한 당 중앙윤리위원회 징계 개시 사유 중 하나인 ‘4·3 사건 김일성 지시설’은 3·8 전당대회 선거운동 기간인 지난 2월12일 처음 나왔다. 비판 여론이 들끓었지만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태 최고위원 측에 ‘민감한 사항에 대한 발언은 자제해달라’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개시 사유들도 사태 초기엔 당 지도부조차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들이다. 김 최고위원이 지난 3월12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주일예배에 참석해 ‘5·18민주화운동 정신 헌법 수록 반대’ 발언을 했지만, 김기현 대표(사진)가 공식적인 경고 발언을 한 것은 한 달 가까이 지난 4월6일이었다.

왜곡된 역사관 자체를 문제 삼지 않고 ‘시끄럽게 만들어 당에 피해를 줬다’는 이유로만 징계하는 것은 당 지도부 일부 인사들의 역사인식이 별반 다르지 않아서다. 이들은 “두 사람이 틀린 말 한 거 하나도 없다”면서도 다만 논란이 됐기 때문에 징계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태 최고위원이 보좌진에게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내년 총선 공천을 거론하며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징용) 피해 배상안을 옹호하는 발언을 요청했다고 말한 음성 녹취 내용은 당 지도부가 이미 ‘태 최고위원의 허언’으로 결론을 내려놨다.

발언 내용이 사실일 경우 대통령실의 공천개입 시발점으로도 볼 수 있는 중대한 문제임에도, 윤리위를 통해 태 최고위원을 서둘러 ‘처리’하는 데만 관심이 있는 모습이다.

당 지도부의 이 같은 태도로는 앞으로 유사한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련의 사태들을 대통령실의 공천개입 우려를 차단하고 보수정당의 바람직한 역사관을 정립하는 동력으로 활용하기보다는 특정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킬 경우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준석 전 대표는 5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태 최고위원은 징계를 왜 해야 되는지도 불분명하다”며 “대통령실이 (총선) 공천에 관심이 없었으면 왜 그런 일을 했을까”라고 말했다. 이재오 당 상임고문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 ‘대통령실이 내년 총선 공천을 좌우하는구나’ 하는 건 그대로 남고 당은 대통령실만 쳐다본다고 하면 무기력한 당의 모습은 그대로 남게 된다”고 말했다.

정대연·문광호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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