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눈으로 본 학교 안전…"쉽고, 구체적인 표시가 필요해요"
[EBS 뉴스]
오늘은 101번째 어린이날입니다.
아이들을 존중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날인데, 우리 일상 곳곳에서 아이들은 여전히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특히, 최근엔 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어린이의 눈으로 주변의 위험요소를 찾아내고, 해결책을 고민해보면 어떨까요?
먼저 영상 보고 오겠습니다.
[VCR]
해마다 반복되는 스쿨존 교통사고
민식이법 도입 이후에도
어린이 사망사고 잇따라 발생
'통학로 안전 문제'
어린이 시선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위험요소 찾아내고, 해결방법 고민
어린이의 눈으로 '안전'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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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학교 주변의 안전 문제에 대한 어린이들의 고민과 바람,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서울 송중초등학교 지서은 4학년 / 서울 송중초등학교과 배성호 선생님 함께 합니다.
먼저, 지서은 4학년 / 서울 송중초등학교,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매일 오고가는 등하굣길이 얼마나 위험한지 직접 조사해봤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었나요?
지서은 4학년 / 서울 송중초등학교
아주 다양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저와 친구들이 찾은 문제 첫번째는 학교 앞 횡단보도 문제입니다.
이곳 횡단보도 옆 골목에서 차가 갑자기 우회전을 한다면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은 안 보이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 또한 차가 안 보입니다.
그래서 사고 위험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언덕길이 있는데 이곳에 미끄럼 방지 장치 등이 없어 겨울철이나 비가 올 때 친구들도 그렇고, 어른들도 미끄러지거나 넘어져서 다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서현아 앵커
안전하게 학교를 다니기 위해서 가장 먼저 바꾸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지서은 4학년 / 서울 송중초등학교
안전지도 만들기를 하면서 우선 친구들이 가장 많이 위험하다고 뽑았던 횡단보도 옆 골목에 사람과 차가 서로를 확인할 수 있게 거울을 설치하고, 신호 표시 등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다음으로는 비탈길 바닥에 사람들이 잘 넘어지지 않도록 까칠까칠하게 바닥을 만들고 주의 표시를 하면 좋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이번에는 선생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통학로 안전을 점검하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안전교육도 꾸준히 진행하고 계십니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계십니까.
배성호 교사 / 서울 송중초등학교
아이들과 10년째 학교 통학로 주변 안전지도 만들기 수업을 펼쳐오고 있습니다.
안전지도 만들기를 하고 난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들과 직접 구청과 경찰서에 편지를 보내드리는 활동을 열어가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자들의 안전지도 만들기 활동은 초등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 사회교과서 도시 단원에도 수록되어 전국적으로 널리 확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통학로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실제로 몇 해 전에는 너무나 안타깝게도 2년 연속으로 통학로에서 학생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이에 해당 지역 교육청에서 안전지도 만들기 특별 워크숍을 요청해서 진행했습니다.
사고가 나고 나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예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하는 계기였습니다.
세계적으로 95센티 높이에서 도시를 보자는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거든요.
바로 어린이의 눈으로 도시를 보면서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저희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통학로 어린이 안전 교육을 열어갈 계획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올해가 어린이해방선언 100주년입니다.
어린이를 인격체로 예우하고, 배울 권리, 놀 권리 보장하자는 선언이었죠.
얼마 전에 기념 행사에 직접 참석했다고요.
지서은 4학년 / 서울 송중초등학교
5미터나 되는 아주 큰 현수막을 친구들과 만드는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현수막을 처음 보았을 때는 생각보다 너무 커서 놀랐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이 큰 현수막에 글을 쓰고 색칠을 하면서 꾸미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사실 글을 쓰고 색칠할 때 힘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만들고 나서는 뿌듯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선생님께서는 아이들과 함께 행사에 참여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배성호 교사 / 서울 송중초등학교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가 바로 어른들에게도 살기 좋은 나라'라는 점에 공감했고, 또 교육자로서 어린이들과 함께 열어갈 새로운 100년의 약속과 다짐을 마련하는 자리에 참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주인공만이 아니라 동시대 시민으로 함께하는 어린이들과 새로운 미래의 출발을 열어가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여전히 어린이들이 처한 교육 환경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통학로 안전뿐만 아니라 유해물질이 많은 학용품과 납 페인트 등으로 교실과 학교가 안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납은 중금속 유해물질로 어린이들에게는 치명적입니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유해물질로부터 자유롭고 건강한 학교인 유자학교를 2023년 100주년 선언에서 만들면 좋겠다고 제안하면서 우리반 학생들과 함께 이번 선언과 행진에 참여했습니다.
방정환 선생님께서 지금 계셨다면 분명히 달라진 교육 환경 속에서 기본적으로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 환경과 납 문제 등에 관심을 기울이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100년 전 나라를 빼앗긴 힘든 상황 속에서도 어린이들과 새로운 희망을 열어간 어린이 선언처럼 오늘날 어린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안전하고 건강한 교육 환경을 함께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어린이 선언 내용 중에서 지금도 꼭 있었으면 하는 내용은 무엇인가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서은 4학년 / 서울 송중초등학교
첫 번째로 '어린이를 무시하지 마세요!'입니다.
요즘엔 점점 어린이라는 말보다 '잼민이', '초딩' 이런 말이 계속 나오는데, 어린이의 의견, 행동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는 '혼자서 해 볼테니 무턱대고 잔소리를 하지 말아주세요!'입니다.
혼자 해볼건데 자꾸 '이거해, 저거해.' 라는 말이 요즘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어서요.
세 번째로는 '아동학대를 하지 말아주세요!'입니다.
만약 자신이 아동학대를 당하는 어린이라면 어떨까요?
무섭고, 아프고 슬플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동학대를 절대로 하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아동학대를 당하는 어린이를 보면 즉시 경찰서 등으로 신고를 해 주세요.
서현아 앵커
마지막으로 2023년 어린이 선언을 새로 쓴다면, 꼭 들어갔으면 하는 내용은 무엇인가요?
지서은 4학년 / 서울 송중초등학교
'어린이가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주세요!'입니다.
친구들이 즐겨 사용하는 학용품이나 장난감 중에는 중금속을 비롯해 유해한 성분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친구들이 취미 활동으로 하는 슬라임이나 3D펜은 안전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많이 사용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게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100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 어린이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어린이가 살기 좋은 곳이 바로 모두가 살기 좋은 곳이 때문이에요.
서현아 앵커
어린이의 눈으로 안전한 학교, 사회를 만드는 방법, 함께 찾아가야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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