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노키즈존 대 예스키즈존

이명희 기자 2023. 5. 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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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 4일 국회에서 노키즈존 폐지 기자회견 후 두 살배기 아들과 함께 ‘노키즈존을 퍼스트 키즈존’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기본소득당 제공

어린이날인 5일, ‘노키즈존’에서 아이와 양육자의 출입을 거부당한 사연을 쓴 어린이 작가 전이수군의 수년 전 일기가 생각났다. 제목은 ‘우태의 눈물’이다. 전군은 “어른들은 잊고 있나 보다. 어른들도 그 어린이였다는 사실을…”이라고 썼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 나오는 대사 “아빠, 왜 개와 유대인들은 가게에 들어갈 수 없어요?”까지 인용했다. 지금은 15세가 됐을 전군이 10세 때 쓴 일기에 어른들은 꽤 놀랐다.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이수의 글로 들썩였으니까.

이 기억을 소환한 것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생후 23개월 된 아들이다. 그는 전날 용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할 때 단상 옆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사진에 찍혔다. 용 의원이 “공공시설부터 ‘노키즈존’을 없애나가자”고 제안할 때였다. 용 의원은 최근 일본에서 저출생 대책으로 내놓은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어린이 동반 가족과 임산부를 박물관·미술관·공원 등에 줄 서지 않고 입장시키는 제도다.

한국도 저출생 문제 해법이 시급하지만, 노키즈존을 둘러싼 찬반 논쟁은 여전하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노키즈존은 아동차별’이라며 나이를 이유로 아동을 배제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그 권고가 무색하게 노키즈존은 늘어나는 추세다. 차별이라는 비판에도 지지 여론은 높다. 그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와 외출이라도 할라 치면 기저귀뿐 아니라 ‘눈치’까지 챙겨야 한다. 노키즈존을 확인하는 것도 필수다. 반가운 움직임이 있긴 하다. 어린이·유아를 적극 배려하는 ‘예스키즈존’을 선언하는 가게들이 생겨나고 있다. 제주에서는 지난 3일 노키즈존 금지 조례안이 입법예고됐고, 예스키즈존을 지원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노키즈존 폐지 주장이 용 의원의 제안과 제주도의 조례안 발의로 다시 뜨거워졌다. 분명한 것은 민폐를 일으킬지 모르는 아이와 보호자를 아예 문밖에서 거절해도 되는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식당이든 아기 자리를 따로 마련해 주는 환대를 기대할 순 없는 걸까. 배제를 당하면서 자란 아이들이 타자를 배려하는 어른이 되길 바라는 일은 욕심이다. 한 사회가 아이 대하는 태도를 생각하게 하는 어린이날이다.

이명희 논설위원 mins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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