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부산 온 외국인들 “쾌적한 대형 아트페어 놀랐다”
첫날부터 대형·외국갤러리들 완판 행진에 관심
챗도슨트 등 첫 시도 …아트버스 등 운영도 호평
부산 글·사진= 장재선 선임기자
“남편이 작가이기 때문에 마이애미, 뉴욕, 샌디에이고 등 많은 아트페어를 다녀보았지만 아시아 국가에서 열리는 페어는 처음이다. 일단 대규모 행사여서 놀랐다. 비슷해 보이면서도 한국만의 특색 있는 미술 작품을 구경하는 것은 너무 재미있다. 평소에 한국드라마를 즐겨볼 만큼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또 방문하고 싶다.”
캐나다 관람객 린 패터슨(Lynn Paterson)의 말처럼 ‘아트부산 2023’(5월 4~7일)은 그 규모에서 보는 이를 압도했다. 축구장 3.8배 크기(약 8000평 규모)에서 22개국 145개 갤러리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당초 146개였으나 해외 갤러리 한 곳이 비자 문제로 동참하지 못했다는 게 주최 측 설명이다. 갤러리들은 “부스 크기가 이전보다 커져서 훨씬 여유롭게 전시 구성을 했다”고 이구동성으로 전했다. 전시장 통로가 확연히 넓어졌기 때문에 층고도 높아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국내 2대 아트페어로 인정받는 ‘아트부산’은 올해 12회째를 맞아 몇 가지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해외 아트페어들의 활기가 주춤한 상황에서 열리는 만큼 미술 마니아와 수집가들의 호응이 어느 정도일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주최측인 (사)아트쇼부산은 “작년보다 예매 티켓이 3배가 나간 것을 보면 미술 팬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라고 했다. 실제로 VIP 프리뷰가 있었던 4일과 일반 입장이 시작된 5일, 현장의 관람 열기는 뜨거웠다.
이것이 작품 구매 효과로 이어질지는 최종일까지 두고 봐야 할 듯싶다. 국내외 주요 갤러리들이 완판 소식을 잇달아 전하고 있으나, 중소 갤러리들의 표정은 그만큼 환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최 측에 따르면, 첫날에 국내 대표 화랑인 국제갤러리는 하종현, 최욱경, 양혜규, 강서경, 알렉산더 칼더, 줄리안 오피, 다니엘 보이드의 작품을 판매했다. 리안 갤러리는 이건용, 김춘수, 김택상의 작품을 다수 팔았다. 페레스 프로젝트는 애드 미놀리티, 베이롤 히메네즈, 파올로 살바도르, 레베카 에크로이드 등의 작품을 판매했고, 갤러리 스탠은 이소연, 백향목의 작품을 완판시켰다.
올해 아트부산은 국제 미술축제로서의 위상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도 관심이 간다. 타데우스 로팍·탕 컨템포러리아트 등 해외 유명 화랑들이 부스를 열었다. 올해 부스를 연 해외 화랑 34개 중 19곳이 처음으로 참가했다. 프랑스 파리를 기반으로 하는 바자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바르트, 스페인 마드리드의 라 카우사 갤러리와 VETA 바이페르 프란세스 등이다. 갤러리 바르트의 디렉터인 메럴 데콕(Merel de Kok)은 “아시아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 처음으로 참여했는데 엄청난 규모에 놀랐다”라고 했다.
이번 아트부산은 창립자인 손영희 이사장의 아들인 정석호 이사가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도 미술계 안팎의 시선이 쏠린다. 그동안 페레스 프로젝트의 참가 유치 등에 힘쓰며 조력에 힘썼던 정 이사는 올해부터 아트페어 전반을 이끌고 있다. 그는 “그동안 국제아트페어로 착실히 성장한 아트부산의 위상을 더 높이고, 국내외 미술 팬들이 다양한 현대미술을 친근하게 접하고 즐기는 마당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정 이사는 “근년에 한국 지점을 신설한 외국 화랑 12개 중 8개가 아트부산을 통해 첫선을 보였다는 점에 자부를 느낀다”라며 앞으로도 한국과 해외를 연결하는 아트 관문의 역할에 충실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30대의 젊은 감각을 발휘해 이번 행사에 세계 처음으로 챗GPT 기반의 전시해설 ‘챗도슨트’ 서비스를 도입했다. 챗도슨트에서 작품과 작가 등에대한 질문을 하면 관련 정보와 함께 전시장 내 동선을 알려준다. 이번 행사는 AI아트 체험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이미지 생성 AI인 ‘달리’(DALL-2) 2대를 현장에 설치, 관람객들이 ‘나만의 그림’을 제작하고 그 작품을 출력해 가져갈 수 있게 했다.
한편 아트부산은 무료 아트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아트부산을 찾는 미술애호가들이 부산 지역의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 지역 관광및 F&B업체를 순회 방문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서비스다. 아트버스를 실제로 타보니 부산이 왜 문화예술도시로 경쟁력이 있는 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바다 전망이 환하게 보이는 조현화랑에서 전시를 하고 있는 김홍주 작가, 달맞이길에서 목공예 작업실을 공개한 키미누 작가는 외부에서 온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작품을 설명하며 예술의 향기로 이끌었다. 신문지와 한지 작업을 통해 ‘예술 수행’을 해 온 이옥남 작가는 자신을 후원해 온 남편과 함께 작업실 정원에서 투어객들에게 직접 만든 음식까지 대접하며 아트 페스티벌의 즐거움을 한껏 높였다. 아트쇼부산의 채승민 선임은 “부산 지역의 특성을 살린 다채로운 이벤트가 아트부산을 찾은 국내외 미술 마니아들을 호응을 얻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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