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 집안싸움 기대돼 … 우승은 양보할 수 없죠"
각각 공동 3위·공동 6위에
자존심 건 불꽃 대결 예고
'한국의 마스터스' 제42회 GS칼텍스 매경오픈을 누구보다 기쁜 마음으로 보는 이들이 있다. 정태양(22)과 정한밀(31)의 가족들이다. 직계 사촌 관계인 두 선수는 5일 경기도 성남시 남서울CC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태양과 정한밀은 각각 공동 3위(7언더파 135타)와 공동 6위(6언더파 136타)로 둘째 날 경기를 마쳤다.
첫날 1타를 줄였던 정태양은 둘째 날 6언더파를 몰아치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이글 1개와 버디 6개, 보기 2개를 묶어 6타를 줄인 그는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볼 기회를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잡았다.
이날 플레이 중 백미는 1번홀에서 나왔다. 정태양은 페어웨이 벙커에서 친 두 번째 샷을 집어넣으며 값진 이글을 낚아챘다. 정태양은 "1번홀에서 이글을 잡아낸 뒤 오늘은 되는 날이라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며 "그린 위에서 퍼트가 잘된 하루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맬릿형 퍼터로 바꾼 효과가 제대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정한밀은 첫날과 둘째 날 모두 3언더파 68타를 적어냈다. 정한밀은 "남서울CC에서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성적을 냈다. 주말에 경기하게 돼 기쁘다"며 "오늘처럼만 하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은 라운드를 즐겁게 쳐보겠다"고 강조했다.
9세 차이가 나는 두 선수는 골프 구력이 똑같다. 같은 시기에 골프를 시작해서다. 정태양은 "큰아버지 권유로 한밀이 형과 골프를 배우게 됐다. 한국 최고의 골프대회인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경쟁하니 기분이 남다르다"며 "주말에 같은 조에서 우승 경쟁을 펼친다면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 같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정한밀은 정태양에 대해 배울 게 많은 동생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태양이를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9세 어린 동생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라며 "골프만 잘 치는 게 아니다. 인성적으로도 훌륭한 태양이는 최고"라고 칭찬했다.
GS칼텍스 매경오픈 셋째 날 선두권 경쟁을 벌이게 된 두 선수는 최종일 같은 조에 편성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정한밀은 "태양이와 최종일 챔피언 조에서 만나자는 이야기를 어릴 때부터 자주 했다"며 "우리 바람대로 일요일에 함께 경기하는 꿈이 현실이 되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셋째 날과 최종일에 가족들이 현장을 찾는다고 밝힌 두 선수는 "가족들이 응원을 오는 만큼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골프팬들에게도 정씨 집안이 골프를 잘 친다는 것을 알리겠다"며 "프로인 만큼 골프장에서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승을 놓고 격돌하면 양보할 생각은 없다"고 각오를 전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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