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의 기적’ KGC, 15점차 뒤집고 SK에 대역전승···14년 만의 챔프전 7차전 성사
서울 SK는 정규리그 막판부터 ‘역전의 명수’로 불렸다. 크게 지고 있던 경기도 놀라운 집중력으로 따라붙어 끝내 역전승을 따내는 모습을 자주 보여왔다. 이는 정규리그 6라운드 전승에 이어 전주 KCC와의 6강 플레이오프, 창원 LG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이어졌다.
그런데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 6차전에서는 그 입장이 반대가 됐다. 부모님 손을 잡고 경기장을 가득 채운 어린이팬들 앞에서, 안양 KGC인삼공사가 기적같은 대역전극을 펼치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어린이날 선물을 선사했다.
KGC는 5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한 때 15점이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고 86-77 대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3승3패 균형을 맞춘 챔피언결정전은 오는 7일 같은 장소에서 우승팀을 가리는 마지막 7차전을 갖는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7차전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6번째이자, 2008~2009시즌 전주 KCC와 서울 삼성의 대결 이후 14년 만이다.
어린이날이었던 이날은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이런 궂은 날씨에도 안양실내체육관에는 수많은 어린이팬들이 몰렸다. 이날 총 관중수는 5850명으로 이번 시즌 최다 관중을 기록했다.
지면 끝인 김상식 KGC 감독의 각오는 비장했다. 김 감독은 “정규리그 때는 뒤에 경기가 있지만, 이제는 지면 끝이다. 벼랑 끝에 몰렸다”며 “선수들에게 마지막 게임이라고 생각하자고, 쓰러지더라도 코트에서 쓰러지자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은 초반부터 밀어붙어보려고 한다. 매번 쫓아만 갔는데, 이번에는 1쿼터부터 해보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전반까지는 43-46으로 비교적 팽팽한 승부를 벌였던 KGC는 3쿼터 중반을 지나면서 SK에 완전히 분위기를 넘겨줬다. 47-51로 끌려가던 쿼터 종료 6분46초 전부터 약 2분30초 동안 공격이 무득점으로 막히고 내리 9점을 내주며 순식간에 47-60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52-64로 뒤진 쿼터 종료 1분59초 전에는 자밀 워니(31점·10리바운드)에게 3점슛을 얻어맞고 15점차가 됐다.
이렇게 크게 끌려갔음에도 KGC 팬들의 응원 열기는 점점 더 고조됐다. 이에 자극받은 KGC는 4쿼터에서 대반격에 나섰다. 58-69로 맞은 경기 종료 9분24초 전부터 SK 공격을 무득점으로 틀어막고 대릴 먼로(16·6리바운드)와 오세근(18점), 변준형(15점·6어시스트)을 중심으로 20점을 폭격하며 순식간에 78-69로 경기를 뒤집었다. SK가 워니의 연속 득점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듯 했으나 먼로가 3점슛을 작렬해 SK의 추격세에 찬물을 끼얹었고, 종료 56초를 남기고는 렌즈 아반도가 쐐기를 박는 3점 플레이를 완성하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안양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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