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 고양이 수염 “멋보다 중요한 기능이 있다냥!”
2023. 5. 5. 19:41
서양에서는 고양이 수염이 행운의 상징이다. 고양이 수염을 쥐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거나 자동차 안에 두면 사고를 막아 준다고 믿는다. 중요한 것은 ‘자연스럽게 빠진’ 수염이어야 한다는 것. 부러 뽑거나 자르면 효력이 없을 뿐 아니라, 심각하게는 고양이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게 된다.
보고, 느끼고, 판단하고, 말하는, 수염
세수에 열중한 고양이는 넋을 놓고 보게 된다. 수염을 한 가닥 한 가닥 정성스레 닦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렇게 꼼꼼히 수염을 치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수염은 고양이에게 매우 중요한 고도의 감각 기관이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선천적으로 근시가 심하다. 취약한 시력을 보완하기 위해 후각과 청각을 동원하는데, 수염 역시 훌륭한 보조 장치로 기능한다. 고양이 수염이 뻗어 나오는 모낭 주변에는 많은 신경세포가 분포해 감각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수염으로 가까이 있는 물건의 위치나 크기, 질감, 높이, 거리, 폭 등을 측정한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에 따라 고양이는 공간을 탐색하고 앞으로 나아갈지 혹은 다른 경로를 선택할지, 얼마나 뛰어오르고 내릴지를 결정한다. 앞다리 뒤쪽에 있는 수염은 고양이가 높은 곳에 뛰어오를 때 발을 짚는 위치를 가늠하게 한다. 그러니 수염이 없다면 여기저기 부딪히고 점프와 착지에 큰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
수염은 고양이의 감정 상태를 드러내기도 한다. 편안함, 긴장, 공포, 호기심 등등이 수염을 통해 표현된다. 기분이 좋을 때는 수염이 양옆으로 곧게 뻗거나 위로 향해 있고, 아래로 처져 있다면 의욕이 없고 나른하거나 심심하다는 뜻이란다. 배가 부르거나 충분히 만족스러운 상태에서는 수염이 볼에 달라붙어 있다. 한편 수염이 앞쪽을 향해 뻗어 있으면 긴장하거나 불안한 상태를 나타낸다. 수염을 넓게 펼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려는 것이다. 수염을 펼치고 입까지 부풀렸다면 위협의 신호다. 싸우기 직전에 이런 신호를 보인다. 또 고양이는 수염을 이용해 균형을 유지한다. 수직 활동을 하는 고양이에게 균형 감각은 매우 중요하다. 높이 뛰어오르고 내릴 때, 또 높고 좁은 담벼락을 걸을 때 흔들림 없이 몸을 지탱해 주는 데 수염이 한몫한다. 수염이 바람의 방향, 공기 진동, 기류 같은 미세한 변화를 감지해 빠르게 평형을 유지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열일하는 수염은 피곤하다
이렇게 다양한 역할을 맡은 중요 레이더인 만큼 수염은 종일 쉬지 않고 일한다. 오죽하면 ‘고양이 수염 피로증(whisker fatigue)’이란 말이 있을까. 이는 수염 감각이 과부하 되어 수염으로부터 전달되는 불필요한 자극을 걸러낼 수 없게 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특히 사료나 물 섭취를 꺼리거나 사료를 그릇 밖으로 꺼내 바닥에 흩어놓고 먹는다면 고양이 수염 피로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감각이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상태에서 수염이 그릇에 닿는 데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증거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단 밥그릇과 물그릇을 얕고 평평한 것으로 선택해 수염이 최대한 닿지 않도록 해 주는 것만으로도 수염 피로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고양이 수염은 자연스럽게 빠지고 다시 나기를 반복한다. 대체로는 1년에 한두 번, 한 번에 한두 개씩 빠지는데 수염이 한꺼번에 많이 빠지거나 한쪽만 빠진다면 병증일 수 있으니 잘 살펴야 한다. 서양의 속설이기는 해도 고양이 수염이 행운을 불러온다니 바닥에 떨어진 수염을 발견하면 잽싸게 챙기고 볼 일이다. 시중에는 다양한 형태의 고양이 수염 보관함도 판매한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8호(23.5.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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