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사는 것처럼 보여서”…작전 세력이 노린 CFD의 허점들 [투자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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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오늘 기준으로 약 43억원 입금하셔야 합니다. (미 입금시) 내일 반대매매 주문 나갑니다."
이에 주가가 떨어지거나 증거금이 부족할 경우 외국계 증권사 등 계약 상대방이 반대 매매를 통해 주식을 강제 처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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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고객님, 오늘 기준으로 약 43억원 입금하셔야 합니다. (미 입금시) 내일 반대매매 주문 나갑니다."
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차액결제거래(CFD) 투자자들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청구서를 받아들고 있습니다. CFD는 투자자가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매매 차액에 대해서만 현금 결제하는 장외 파생상품을 뜻합니다. CFD 거래를 위해선 위탁증거금을 예탁해야 하고 유지증거금도 필요합니다.
이에 주가가 떨어지거나 증거금이 부족할 경우 외국계 증권사 등 계약 상대방이 반대 매매를 통해 주식을 강제 처분할 수 있습니다. “12억원의 추가 증거금이 발생했다”, “CFD 증거금 비율이 마이너스(-)927.4%로 43억원을 입금해야 한다” 등 증권사들이 청구서를 보낸 배경이기도 합니다. 최근 들어 CFD가 자주 거론되는 이유 역시 바로 ‘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의 진원지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에서 거론되는 주가조작단은 왜 CFD를 도구로 삼았을까요. 일단 손쉽게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꼽힙니다. 최대 2.5배 레버리지 투자를 할 수 있어 적은 돈으로도 많은 주식을 사들이면서 주가를 띄울 수 있었습니다. 증거금 1억원이 있다면 2억5000억원어치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셈이죠. 이번 주가조작단은 라임처럼 펀드나 일임을 받지 않고 개인 휴대폰을 직접 관리하며 CFD로 레버리지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심지어 CFD의 '익명성'은 주가조작단들에게 더 매력적이었을 겁니다. 투자자가 아닌 증권사로 CFD 주문이 들어가는 구조라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었죠. 또 장외거래라는 이유로 증권사의 신용공여한도(자기자본의 100%)에 포함되지 않고 종목별 일거래정보에 반영되지 않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됩니다.
그런데, 많은 증권사들 중에 왜 외국계 증권사(SG증권)였을까요. 국내 증권사 자체적으로 할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헤지(위험분산)를 위해 외국계증권사를 창구로 활용하는 편입니다. 이 때문에 주가조작단은 최종 주문서에서 '외국인'으로 분류될 수 있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CFD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는 총 13개 사에 이릅니다.
이번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인물인 라덕연 대표도 이를 악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JTBC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2021년 12월 라 대표가 주최한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투자자들 사이 이런 대화가 언급됩니다. "금액이 좀 많이 커지면 제가 알기로는 만약에 그 계좌를 사는 외국인…그래서 저희 보면은 외국인이 엄청 많이 사고 있는 거…"
금융당국 역시 CFD에 대한 문제점을 알고 있었지만 대책 마련에는 소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2019년 금융위가 모험자본을 활성화한다며 금융투자상품 잔고 기준을 5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10분의 1 수준으로 대폭 낮췄습니다. 이에 CFD 거래가 허용된 개인전문투자자는 2020년 말 1만1626명에서 2021년 말 2만4365명으로 1년 새 2배 가량 늘었습니다.
금융감독원 역시 2022년 발간한 자본시장 위험 분석보고서에서 “주가 변동성 확대 시 CFD 거래의 레버리지 효과 등으로 투자자 손실 발생 소지가 있다”며 “전문투자자 전환에 따른 영향 등에 대한 이해도가 전반적으로 부족해 불완전판매로 인한 투자자 피해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도 본지 질의에 "CFD는 위험성이 높은 상품군에 속한다"며 "하지만 현재 CFD 개인투자자 요건은 이 리스크를 감당하기엔 문턱이 너무 낮다. (때문에) 이번 사태에서 예상치 못한 반대매매로 '집 팔겠다', '개인회생, 파산 알아보고 있다' 이런 개인투자자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사태로 금융당국은 CFD 제도 개선에 돌입했습니다. 이번 주가조작 의혹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우선적으로 손 볼 예정입니다. ▷실제 소유자는 개인임에도 외국계 증권사가 매수한 것으로 표기되는 점 ▷신용융자와 달리 증권사 신용공여한도(자기자본의 100%)에 미포함되는 점 등을 들여다본다고 합니다. 투자 문턱을 낮추며 몸집을 키운 시장엔 언제나 '뇌관'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겠습니다.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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