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공사 소음에 죽은 앵무새 427마리···건설사 책임”

송원형 기자 2023. 5. 5. 17: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건물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소음으로 앵무새가 집단 폐사했다면 건설사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앵무새 사육사 A씨가 건설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뉴스1

경기도 안양에서 앵무새 사육·번식·판매장을 운영하던 A씨는 2017년 앵무새 427마리가 이상 증세를 보이며 폐사하는 일을 겪었다. A씨는 사육장 바로 옆 건물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을 앵무새 폐사 원인으로 의심하고, 안양시청에 수십차례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공사장 소음이 계속 이어지자 A씨는 “앵무새는 포식 동물의 접근을 조기에 감지하고 생존하기 위해 소음·진동 등 외부 자극에 매우 민감한 특성이 있다”며 건설사를 상대로 3억5000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당시 안양시청이 측정한 소음 수준이 생활소음 규제 기준에 못 미쳐 소음을 앵무새 폐사 원인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항소했지만 2심도 건설사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에게 발생한 손해는 사회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라며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위법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일반적으로 참아내야 할 정도를 넘어섰는지 여부”라며 “행정법규 기준은 최소한의 기준으로 이에 형식적으로 맞는다고 하더라도 참을 한도를 넘는 경우 위법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소음으로 관상조류 폐사 피해가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와 감정 내용을 보면 공사 소음이 폐사에 기여한 정도는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며 “건설사가 방음벽을 설치했으나 공사 시작 후 6∼7개월 뒤여서 효과적으로 대응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