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역배우 자매 사망' 성폭행 가해자 버젓이 현장 복귀···MBC "즉각 계약 해지"

김태원 기자 2023. 5. 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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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역배우 사망 사건’ 피해자 어머니인 장연록씨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유튜브 장연록 캡처
[서울경제]

성폭력 피해를 호소한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단역배우 자매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이 현재 촬영 중인 MBC 드라마 ‘연인’ 현장에서 여전히 배우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방송사 측은 즉시 해당 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드라마 '연인'의 제작진은 지난 4일 MBC 시청자소통센터에 공식 입장문을 올려 "드라마 ‘연인’ 보조출연자 관리업체와 관련된 시청자 여러분의 우려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현재 ‘연인’ 제작에는 보조출연 관련 외부 전문업체도 참여하고 있고, 논란이 된 인원이 일부 현장을 방문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청자들의 의견과 우려를 감안해 1차적으로 해당자의 제작 현장 접근을 금지하도록 조치한 데 이어 혹시 모를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기 위해 해당 업체와 계약도 즉시 해지하기로 결정했다”며 “‘연인’이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첫 방송을 시작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제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단역배우 자매 사망 사건’은 지난 2012년 9월 JTBC ‘탐사코드J’에서 다뤄져 세상에 알려졌다. 해당 방송은 ‘어느 자매의 자살’이라는 제목으로 사건을 파헤쳤다.

2004년 대학원생이던 A씨는 동생 B씨의 권유로 드라마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배우들을 관리하던 관계자 12명으로부터 지속해서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

A씨는 같은 해 12월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A씨는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들과 대질심문을 해야 했다. 한 술 더 떠 경찰은 A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가해자들의 성기 모양을 정확히 그리라고 요구했다고 피해자 어머니는 주장했다. 여기에 “동생과 어머니를 죽여버리겠다”며 고소를 취하하라는 가해자들의 협박까지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MBC 드라마 ‘연인’ 제작진이 밝힌 공식 입장문. 홈페이지 캡처

결국 A씨는 고소한 지 1년 7개월만에 취하하고 말았다. 그리고 2009년 8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서에는 “나는 그들의 노리개였다. 나를 건드렸다.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라고 적혀 있었다.

언니에게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소개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 B씨도 언니를 따라 세상을 등졌다. 두 딸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자매의 아버지도 뇌출혈로 숨지고 말았다.

유족은 가해자 12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그러나 2015년 법원은 피해자가 생전에 쓴 일기장 등을 토대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소멸시효가 지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유족은 외로운 싸움을 이어갔다. 그러던 차에 2018년 가해자 중 3명이 유족을 상대로 5000만원씩 총 1억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가해자의 실명을 적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바람에 명예가 훼손돼 직장에서 해고됐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공권력이 범한 참담한 실패와 이로 인해 가중됐을 유족의 고통을 보면서 깊은 좌절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며 유족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같은해 자매의 어머니 장연록씨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같은해 3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해당 사건의 재조사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와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재조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경찰도 2018년 3월 말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를 꾸렸지만 공소시효 만료 등의 이유로 재수사에 착수하지 못한 채 사건은 종결됐다.

이후 올해 첫 방송을 앞둔 MBC 드라마 '연인'에서 가해자들이 같은 위치에서 버젓이 근무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다시 한 번 파문이 일어났다.

네티즌들도 장씨의 유튜브 채널에 “어떻게 아직 그 업계에서 일할 수 있나. 가해자에게 아무런 페널티가 없으니까 가능한 일”, “드라마 연인 시청하지 않겠다”, “세상이 바뀌었다. 그들 밥줄 반드시 끊긴다”처럼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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