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조원 먹거리 '기후테크'… 美·日·유럽 뛸 때, 한국은 걸음마
시장규모 10년뒤 10배 예고
美, 10개 분야중 9개 선도
日·유럽도 기술경쟁력 높아
국내선 기초연구에만 치우쳐
벤처엔 R&D예산 3%만 투자
대기업과 공동연구도 미진
글로벌 기후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해외 주요국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가 본격화하면 기후테크 산업은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해마다 기후테크 산업에 투자하는 자금만 60조원에 육박할 정도다.
5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6년 169억달러(약 22조원)에 불과하던 기후테크 산업 규모는 매년 빠르게 성장해 2032년에는 1480억달러(약 20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14.5%씩 성장하는 셈이다. 이와 함께 기후테크 투자 금액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기후테크 투자 금액은 2019년 149억달러(약 20조원)에서 2020년 221억달러(약 30조원), 2021년 448억달러(약 60조원)까지 늘며 2년 만에 3배 성장했다.
이 같은 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국내 기후테크 산업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전 세계에서 기후테크 산업이 가장 앞서가는 국가는 미국이다. 실제 미국은 기후테크 분야 10개 중 9개에서 선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다음으로는 유럽연합(EU)의 기술 경쟁력이 높다. 일본이 그 뒤를 추격하고 있고, 한국과 중국은 후발 주자로 분류된다. 한국은 기후테크 기술 수준이 미국의 80%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기후테크 기술 수준이 비교적 약한 것은 연구개발(R&D) 지원이 기초연구에 집중돼 있는 영향이 크다. 2005년부터 2019년까지 기후테크 R&D에 집행된 정부 연구비는 총 1조53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대학에 집행된 정부 연구비는 약 30%를 차지한다. 반면 스타트업을 포함한 중소·중견기업에 집행된 정부 연구비는 전체 중 3.4%에 그친다. 중소·중견기업에서 수행한 기후테크 R&D 과제 건수도 전체 중 5.7%에 불과하다.
투자가 부족해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국내 기후테크 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기후테크는 기술 고도화와 상용화에 오랜 시간이 걸려 단계별 투자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산업 생태계가 약하다 보니 관련 기업들이 투자 자금을 적기에 조달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기후테크 산업에 대한 투자 규모에서도 한국은 해외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2016년과 2021년의 투자 규모 증감을 비교해보면 북미는 5.8배, EU는 7배 증가했다. 반면 아시아는 1.7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기업과 스타트업·벤처기업 간 협력 기회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ESG 경영(환경·책임·투명경영)과 RE 100(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글로벌 캠페인) 참여 등에 나선 대기업들은 일찌감치 기후테크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 역량을 갖춘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없어 해외에서 협력 파트너를 찾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기후테크 전문인력이 부족해 생태계 기반을 형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후테크 분야 스타트업·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스타트업·중소기업이 자금과 인력 부족에 시달리지 않고 기술 개발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승연 연세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정부가 기후테크 분야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제도적 지원을 늘려 신기술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기후 분야에 관심이 많은 대기업이 관련 스타트업·중소기업과 협력할 기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중소기업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민관 합동 기후테크 펀드를 조성하고, 기후테크 중소기업들이 탄소 배출량을 자가진단할 수 있도록 '간이 검증체계(MRV)'를 시행한다.
올해 10월부터 시행하는 EU의 탄소국경조정세(CBAM)에서 세금 책정의 기준이 되는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려면 MRV가 필수다. 간이 MRV를 이용하는 중소기업은 온실가스 감축 활동 검증 결과를 비교적 간편하고 정확하게 도출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기후테크(C-tech)
기후(Climate)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 탄소를 감축해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혁신 기술로 대체에너지 생산과 자원순환 등을 꼽을 수 있다.
[송광섭 기자 /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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