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전기차 이어…美, AI기술 '중국 봉쇄' 나선다
"AI시스템 국가안보 지켜야"
첨단기술 리더십 확보 총력
통신·생명공학 등 첨단산업
월가자본 中투자 차단할 듯
美민주당, 中봉쇄법 추가발의
4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루스벨트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 민관 합동 인공지능(AI) 대책회의를 열었다. 기업 측에서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샘 올트먼 CEO,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 등 CEO 4명이 참석했다. 백악관에서는 제프 자이언츠 대통령 비서실장,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레이얼 브레이너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비롯해 핵심 참모진이 총출동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도 배석했다.
이 자리에 깜짝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AI 발전 이점을 실현하려면 개인, 사회, 국가 안보에 미치는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중국을 겨냥해 "AI 시스템이 악의적 공격에서 안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AI 기술 잠재력과 위험성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날 미국이 발표한 첨단 기술표준과 관련해 조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미국과 같은 생각을 지닌 국가의 장기적 성공을 보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곧 미국이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 동맹국과 기술표준을 통해 중국 등 적성 국가의 기술 굴기를 억제하겠다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초인 2021년 4월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반도체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했을 당시 삼성전자 CEO 등이 참석한 반도체 대책회의에 전격 찾아가 투자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후 반도체지원법을 포함한 중국 견제 대책을 쏟아낸 바 있다. 반도체 사례와 같이 앞으로 미·중 사이에 AI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공산이 크다.
미 백악관은 이날 새로운 국가 AI 연구소 설립을 위해 1억40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수개월 내에 AI 사용에 대한 연방정부의 정책 지침을 내놓기로 했다. 새 지침은 사이버 보안 위험, 개인정보 보호, 실시간 감시와 사생활 침해, 일자리 감소 등의 현안을 반영하게 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AI를 포함한 첨단기술은 항상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작년 10월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시행하면서 미·중 간 기술 패권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반도체 장비 강국인 네덜란드와 일본도 수출통제에 합류시켰다. 또 총 520억달러 규모 미국 반도체법에 근거해 보조금을 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중국에 첨단 반도체 설비투자를 제한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을 설정했다. 미국은 AI, 양자, 컴퓨팅 분야로 수출통제 대상을 확대하는 규제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 기술에 대한 외국인 투자 사전 심사를 강화했고, 조만간 미국 월가 자본이 중국 첨단산업에 투자하는 것도 사실상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백악관은 이날 AI와 기계학습, 통신기술, 반도체, 청정에너지, 생명공학, 양자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제치고 차세대 국제표준을 주도하기 위한 국가 전략을 발표했다. 중국과의 기술 전쟁에서 출발해 자금 전쟁에 이어 표준 전쟁까지 예고한 것이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국제표준 시스템의 무결성을 촉진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같은 생각을 지닌 동맹국과 파트너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국제표준이 공정한 절차를 통한 기술적 가치에 근거하고 전 세계 국가의 광범위한 참여를 촉진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표준 전략은 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민간 부문 및 학술 참여, 미국 표준 인력에 대한 교육 및 훈련 증가, 공정한 프로세스와 기술에 기초한 표준 무결성 등 네 가지 핵심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최근 대중국 첨단기술 분야 정책에 관해 "극히 제한적 기술에 대한 것이며 군사적으로 미국에 도전하려는 소수 국가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의회도 중국의 기술 굴기 봉쇄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척 슈머 미국 상원 원내대표와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들은 지난 3일 반도체과학법의 연장선에서 중국으로 첨단기술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중국 경쟁 2.0'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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