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약세에 …'환노출 펀드' 투자자 웃는다

김금이 기자(gold2@mk.co.kr) 2023. 5. 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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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변동 반영하는 환노출형
환헤지형 수익률 크게 웃돌아
올 최대 10%P 차 벌어지기도
시장선 원화값 전망 엇갈려
"강세 전환땐 환헤지형 유리"

같은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이라도 올해 들어 원화값 변동 영향이 수익률에 그대로 반영되는 환노출형 펀드 수익률이 최고 1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 약세인 달러보다 원화가치가 더 하락하면서 환율에 따른 수익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삼성유럽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UH[주식]'는 22.30% 상승했다. 동일 펀드 환헤지형 상품 수익률(12.78%)을 크게 웃돌았다. 환헤지형은 환율 변동이 펀드 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 없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통상 펀드명 맨 뒤에 (H)란 표시가 붙으면 헤지형이다. 헤지 비용이 발생해 수수료가 환노출형보다 높다.

올 들어 불안한 시장 상황에 명품주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들 종목이 상장된 유럽 증시 수익률이 높았던 데다 유로화 강세 효과까지 더해진 덕분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로화는 유로존 경기선행지수 반등세와 체감지표 개선, 유럽중앙은행(ECB)의 매파적 태도 등으로 강세를 나타냈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 마무리 인식과 달리 ECB는 상대적으로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유로존의 경기 모멘텀이 개선되면서 펀더멘털 측면에서 유로화가 달러 대비 우위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화뿐만 아니라 달러와 위안화에 연동된 환노출 상품도 환헤지 대비 성과가 좋았다. 미국 성장주에 투자하는 '삼성미국그로스증권자투자신탁UH[주식-재간접형]'가 올해 21.96% 오른 것에 비해 동일 펀드의 환헤지형 수익률은 16.33%에 머물렀다. 그 밖에 중국 바이오와 헬스케어에 투자하는 'DB차이나바이오헬스케어증권자투자신탁[주식]_운용'도 환노출형 수익률이 11.34%로 환헤지형(6.48%)보다 높았다.

상장지수펀드(ETF)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투자하는 환노출형 상품인 'TIGER 미국S&P500'이 올해 12.62% 오르는 동안 환헤지형 상품인 'TIGER 미국S&P500선물(H)'은 7.7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연초 대비 원화가치가 5.3% 하락해 같은 기간 달러(-1.6%)와 위안화(-0.4%)에 비해낙폭이 컸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화는 1분기까지 부진을 기록하며 저점을 형성한 지표가 2분기 점진적으로 개선돼 약세 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환헤지와 환노출 상품에 대한 추천 의견이 엇갈린다. 통상 단기투자에서는 상품 자체 수익률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환헤지 상품을 추천한다. 반대로 장기투자에서는 환노출 상품을 추천하는 사례가 많다. 환헤지 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장기투자할 때 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달러당 원화값 전망도 나뉘고 있다. 지난 4일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보다 15.4원 오른 1322.8원에 거래를 마쳤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하면서 원화값 약세가 진정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 기준금리(5.25%)와 한국 기준금리(3.50%) 차이가 더욱 커져 한국에서 자금이 이탈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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