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은 아니라는데 시장은 자꾸 딴생각···기준금리 ‘동상이몽’
미국과 한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철벽을 치고 있지만, 시장에선 계속해서 “하반기에 내릴 것”이라는 전망을 접지 않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의 메시지와 시장 기대 사이의 괴리도 커지고 있다. 물가도 경기도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을 선언하기엔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 큰데, 중앙은행의 시장 견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경우 통화정책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3~4일(현지시간) 각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연준은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올해 금리 인하 기대를 일축해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 ECB는 인상폭을 종전 0.5%포인트에서 0.25%포인트로 낮췄지만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우리 (FOMC)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 해소에)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러한 관측이 대체로 맞다면 금리 인하는 부적절하다. 우리는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과 거의 유사하다. 이 총재는 지난달 11일 기준금리 동결 뒤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금리 인하를 고려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물가(상승률)가 (한은) 중장기목표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금리 인하 논의를 안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인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5명이 한 차례 추가 인상을 의미하는 연 3.75%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밝혔다.
이처럼 중앙은행 총재들이 강한 어조로 금리 인하 기대에 선을 긋는 것은 불확실한 경기 상황을 보면서, 최대한 긴축 효과를 유지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표면적으로라도 명확한 지침을 내겠다는 것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국 연준이나 금통위나 시장의 기대가 쏠리지 않도록 막는 것에 메시지가 집중되어 있다”면서 “마지막 인상이지만, 마지막이 아닌 것처럼 행동할 수 밖에 없고, 인하 가능성은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상당 기간 동결 기조를 가져가면서 그간의 긴축 효과가 최대한 작동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경기는 침체까지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전반적인 탄력이 둔화되는 국면이고, 물가는 정점을 지났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 때문에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이 긴축의 고삐를 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연내 인하 기대를 꺾지 않고 있다. 우선 미국과 한국 모두 물가상승률 둔화가 확인되고 있는 데다 하반기 경기 둔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서다. 미국의 경우 지역은행을 중심으로 금융 시스템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 점이 연준의 추가 긴축을 어렵게 하는 가장 대표적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 분기 성장률이 0%대로 낮아진 상황에서 하반기를 바라보고 있는 중국 경제활동 재개효과와 반도체 경기 회복 여부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내년도 총선에 가까워질수록 정치권을 중심으로 경기 부양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 통화정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지난해 하반기 높은 물가의 기저효과로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상승률은 더 떨어질 것이고, 한·중 관계 악화로 무역수지도 회복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앙은행이 성장에 더 무게를 두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여기에 총선을 앞둔 정치적 상황도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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