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래의 시사해시태그] 생즉사 사즉생
국민의힘 지도부가 출범 두 달도 안 돼 최대 위기를 맞은 분위기다. 선출직 최고위원 2명의 언행과 리스크 탓에 매주 일상적으로 열던 최고위원회의조차 열지 못하게 되면서다.
공식적으로는 "당대표가 외부 일정에 참석해야 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지만, 과거 유사한 상황에서 회의 시간을 앞당겨서라도 필요한 메시지를 냈던 점을 생각하면 이유가 조금 궁색하다.
당 지지율은 30% 중반에 갇혀 지지부진한데 하루가 멀다 하고 내부 곳곳에서 지뢰가 터지고 있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 '송영길 돈봉투 의혹' 등 더불어민주당의 악재도 만만치 않은데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더 낮게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다.
지난 '4·5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했을 당시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결과가 당에 쓰디쓴 약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길 기대했지만 현재로선 그저 우스운 기억이 됐다.
민주당은 당이 위기를 맞을 때 단일대오를 형성해 강철같이 뭉치기로 유명하다. 당장의 사리사욕보다 당의 이익을 우선순위에 놓고, 누군가 책임져야 할 상황에선 당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과감히 결단하는 식이다. 물론 그에 따른 보상도 확실하다고 한다.
이 방식이 늘 옳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현재 국민의힘이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볼 때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5·18 발언'으로 설화를 빚고 자숙에 들어간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 1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불쑥 참석했다. 김 최고위원의 참석이 사전에 조율되지 않았던 모양인지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당시 회의에서 지도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상세히 설명했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이 기습 등장하면서 방미 이슈의 집중도는 분산돼 버렸다. 김 최고위원이 또다시 자기 정치를 했다는 말이 나왔음은 물론이다.
최근 '녹취록 파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태영호 최고위원도 마찬가지다. 그는 앞서 '제주 4·3사건 발언' '김구 선생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을 때도 국민 정서를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고수했다. 게다가 그는 '녹취록 파문'으로 대형 사고를 치자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의 질타'를 자신을 향한 '집단 린치'로 규정했다. 또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부당하게 탄압받는 정치인으로 비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국민들이 공감할지는 의문이다.
태 최고위원은 북한·외교 전문가로서 여전히 여당에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재보선 참패에도,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으로 당에 온갖 '비호감 이미지'를 덧씌우고도 여전히 자기 정치를 놓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오는 8일 태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안건은 '제주 4·3사건 발언'과 '녹취록 파문' 등이다. 공교롭게도 윤리위 일정은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이뤄지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 일정과 겹친다. 지난 3월 윤 대통령의 방일 이후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가 본격화하려는 시점이다.
8일 정치부 기자들은 과연 어떤 기사를 쓰게 될까. 이 원고를 작성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아직 3일이 남았다.
[김희래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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