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댕댕이들 법적 지위 올라갈 겁니다"

이효석 기자(thehyo@mk.co.kr) 2023. 5. 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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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반려동물 전문그룹
조찬형·문강석·임세걸 변호사
반려동물 양육인구 1500만명
법조계에 부는 '동물 바람'
동물관련 소송가액 낮아서
아직 수익보다는 공익 차원
"동물은 물건 아냐" 법 통과 땐
위자료 청구권 귀속 주체로
왼쪽부터 임세걸, 조찬형, 문강석 변호사. 이승환 기자

"아내가 오복이라는 강아지를 15년간 키웠습니다. 제게 처남이라고 소개할 만큼 애착이 컸죠. 오복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아내가 '펫로스 증후군'(반려동물이 사망한 후에 겪는 상실감·슬픔 등의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습니다."(조찬형 변호사) "지금은 아닌데 저도 오랫동안 반려견을 키웠었죠."(문강석 변호사) "저는 이제 중년을 훌쩍 넘긴 강아지를 키우고 있답니다."(임세걸 변호사)

법무법인 청음 소속의 조찬형 변호사(기업·부동산), 문강석 변호사(의료), 임세걸 변호사(민사)는 각기 다른 전문 분야에서 일하다가 2019년 반려동물 사랑이라는 공동의 가치를 위해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국내 법무법인 중 처음으로 사내에 반려동물 전문 변호사 그룹을 꾸렸다. 우리나라에 동물 전문 변호사는 없다. 대한변호사협회가 관리하는 전문 분야 62개 중 '동물'은 존재하지 않아서다. 다만 반려동물 양육 인구 1500만명 시대에 동물을 둘러싼 분쟁이 꾸준히 늘면서 법조계에도 '동물 바람'이 불고 있다.

동물 관련 소송은 소가(訴價)가 낮아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고, 전문성을 인정받기도 쉽지 않다. 반려동물 사건으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소송가액은 400만~500만원 선인데, 변호사 수임료가 이를 상회하기에 수익 창출의 의미가 크지 않다. 그래서 아직 공익을 위해 뛴다는 의미가 더 크다. 청음은 홈페이지 문의 게시판 등을 통해 법률 상담을 무료로 진행한다. 수임료를 상대적으로 대폭 낮추고, 적은 금액의 성공 보수금을 받고 있다.

반려동물 사건 문의는 증가하는 추세다. 3년간 상담 건수는 2020년 53건, 2021년 67건, 2022년 72건으로 늘고 있다. 실제 수임한 사건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손해배상청구(33%)다. 주로 질병이 있는 동물을 분양받은 보호자가 분양업체를 상대로, 개 물림 사고 피해자가 가해 견주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사건이다. 임 변호사는 "소송비용을 부담스러워하시는 분들이 많아 소송 전 조정에 이르도록 조언을 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청음은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지난해 피해 견주의 분양업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을 꼽았다. 반려견이 분양 후 15일 내 질병으로 사망했는데, 분양업체는 계약 후 15일이 지나 환불·교환이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청음은 분양업체의 채무불이행 및 불법행위로 고통을 겪은 피해 견주뿐만 아니라 어린 자녀들과 배우자의 사정도 위자료에 참작될 수 있도록 주장했다. 그 결과 분양대금, 치료비뿐 아니라 위자료 책임까지 인정받았다. 민법은 반려동물을 비롯한 동물을 '재물'로 분류해 위자료 인정이 쉽지는 않다.

청음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내용이 담긴 민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걸로 내다봤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동물이 위자료 청구권의 귀속 주체로 인정될 수 있다. 형법, 행정법 등 법체계에서 동물의 법적 지위에도 변화가 생긴다. 조 변호사는 "동물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면 재물손괴죄가 적용돼 처벌 수위가 낮았다"며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이나 동물 피해에 대한 배상의 범위가 늘고 법적 분쟁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음은 반려동물 보호자와 동물병원 사이 갈등이나 분쟁을 간편한 절차로 해결하고 풀 방안으로 행정기관 '반려동물 분쟁조정위원회'를 제안한다. 문 변호사는 "반려동물 의료사고의 경우 보호자가 입증하는 게 쉽지 않고, 입증해도 손해 인정 범위가 작아 소송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분쟁은 해결되지 않고 상호 불신만 쌓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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