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소록도 벨기에 의사'를 누가 찾았을까
4일(현지시간) 주벨기에 한국대사관에서 훈장 수여식이 열렸다. 1967년부터 1971년까지 5년간 소록도병원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치료한 샤를 나베 씨(81)가 그 주인공. 50년 넘게 한국, 벨기에 양국에서 잊혔던 그의 활동을 발굴해낸 것은 한국학을 전공한 벨기에인 대학교수였다.
아드리앵 카르보네 루뱅대 한국학연구소장(37)이 약 반세기 전 한국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던 '20대 벨기에인 의사'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작년 10월 관련 사료 연구과정에서였다. 당시 파견됐던 의사 2명 중 한 명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나베 씨에게 전화를 걸고 집까지 찾아가 만났다. 카르보네 교수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받은 주벨기에 한국대사관은 이를 보건복지부에 전달했고, 정부 검증 결과 전부 사실로 확인되면서 나베 씨에 대한 국민훈장 모란장 수여가 결정됐다.
직접 발품을 판 현지 학자의 노력 덕분에 영영 묻힐 뻔한 나베 씨의 사연이 반세기 만에 빛을 보게 된 셈이다.
이런 인연으로 카르보네 교수는 훈장 수여식에 나베 씨와 함께 참석했다. 카르보네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나베 선생과 연락이 닿은 후 2~3일 뒤에 윤순구 (주벨기에) 대사님께 연락을 드렸더니, '내일 바로 오시죠'라고 하시더라"며 "대사관과 한국 복지부 관계자 모두가 '원팀'으로 후속 절차를 정말 빨리 진행해줘서 감사드린다"고 정부에 공을 돌렸다.
한편 이날 훈장 수여식에 가족들과 함께 참석한 나베 씨는 "기억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까지 여러 차례 방한해 자신의 20대 청년 시절을 보낸 소록도에 가는 등 벨기에로 돌아온 뒤에도 한국과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1980년대에는 벨기에 비영리기구인 '세상의 어린이(Enfants du Monde)' 설립에 기여해 부모가 없는 한국 아동들이 벨기에에 입양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이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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