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구찌' 입어요"···명품 아동복에 수백만원 쓰는 엄빠들, 왜냐구요? [이슈, 풀어주리]
저출산 기조 속 "하나 낳아 잘 기르자" 인식 확산
"소비지향적 태도, 왜곡된 경제관념 전파 가능성"
출근길에서도, 퇴근길에서도. 온·오프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다양한 이슈를 풀어드립니다. 사실 전달을 넘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인 의미도 함께 담아냅니다. 세상의 모든 이슈, 김주리 기자가 ‘풀어주리!' <편집자주>
"몽클레어 '아벨'은 모자에 폭스털이 고급스러워요. 매장 직원 말로는 직접 입히면 더 귀티나고 예쁘다는데, 블랙과 핑크 중에 어떤 게 좋을까요?"
백화점가 130만원. 가격만 봐도 아찔하다. 가뜩이나 고물가 시대, 요즘 '엄빠'들 정말 괜찮은지 모를 정도다.
몽클레어 아동 롱 패딩 아벨르(ABELLE) 시리즈를 비롯해 버버리, 펜디, 지방시 등 명품 브랜드가 출시한 아동복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글로벌 대표 명품들도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디올은 브랜드의 영유아 전용 라인인 '베이비 디올' 매장을 열었고, 미국 럭셔리 브랜드 '톰브라운'도 지난 달 말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층에 키즈 컬렉션 팝업 매장을 열었다.
OECD 기준 전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한국에서, 젊은 엄마 아빠들 사이 '하나 뿐인 내 자식 고귀하게 키우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브랜드마다 ‘키즈 라인’을 만들며 ‘텐 포켓족’을 공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의 올해 1~4월 아동 명품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8.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반 아동 매장 매출 증가율(19.8%)과 비교했을 때 고가의 상품 선호도가 더 높아진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 1분기 수입 아동 브랜드 매출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2.7% 늘었다. 롯데백화점 역시 명품 아동 브랜드 매출이 올 들어 15% 증가했다.
명품·고가 아동복 판매 성장에 힘입어 국내 아동복 시장도 커졌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아동복 시장 규모는 2020년 9120억 원에서 2022년 1조 2016억 원으로 약 32% 성장했다. 국내 전체 패션 시장이 같은 기간 40조 3228억 원에서 45조 7789억 원으로 13% 증가한 것보다 배 이상 높은 성장율이다.
중저가 아동복 브랜드의 설 자리는 반대로 줄었다. 영·유아 전문 업체 제로투세븐은 지난해 ‘알로앤루’ 같은 중저가 아동복 패션 사업을 접었다. 33억원 손실을 내면서 더는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2020년 아동복 브랜드 리틀클로젯을 도입하며 아동복 시장에 뛰어들었던 코오롱FnC도 작년에 사업을 철수했다.
키즈 명품 브랜드 제품들은 성인 명품 제품 못지 않게 비싼 가격을 자랑한다.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몽클레어 키즈' 라인 패딩은 대부분 100만원을 훌쩍 넘고 200~300만원을 넘는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영국 온라인 패션업체 파페치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 키즈'에서 판매되는 '양가죽 바이커 재킷'은 742만원에 책정돼 있고, '톰브라운 키즈'에서 판매되는 '버튼 다운 핏 블레이저'는 467만원이다. 버버리칠드런의 로고가 그려진 백팩은 105만원, 여성 유아용 트렌치코트도 145만원에 달한다.
올해 국내 합계 출산율은 2분기 기준 0.7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출산 규모와 총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유아동복 시장 규모가 커진다는 것은 고가 제품의 유통 규모가 늘었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는데, 저출산 시대 자녀 한 명을 둔 집이 늘며 ‘VIB(Very Important Baby : 매우 소중한 어린이)’, '텐 포켓(열 명의 주머니)’ 현상이 두드러지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거와 달리 저출산으로 소수 자녀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한 아이에게 쏟는 관심과 비례해 부모와 양가 조부모, 삼촌, 고모, 이모 등의 물질적 지원의 폭도 자연스레 넓어졌다.
소비 시장 ‘큰 손’으로 자리 잡고 있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가 부모가 된 것도 프리미엄 키즈 패션 시장 성장에 한 몫하고 있다. 자신의 가치를 위해서라면 과감히 주머니를 여는 MZ세대 부모의 특성이 장기적인 키즈 패션 시장을 이끌어 나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과 함께 증가한 보복 소비가 자녀에게까지 쏠리는 것도 시장 확대에 주요인으로 자리한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산업 전반의 분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자녀에게 명품을 사주면서 대리 만족을 얻거나 과시 욕구를 드러내려는 부모들이 자칫 아이의 과시욕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고, 아이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되면서 아동 개개인의 '상대적 박탈감'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성인들의 '베블런 효과'가 아동 시장까지 번졌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아이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 부모들의 만족도, 과시욕들을 시장이 전략적으로 악용할 여지 또한 있다는 설명이다. 또 지나치게 소비지향적인 태도가 아이들에게 왜곡된 경제관념을 심어 주고 사회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김정숙 계명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요즘 부부의 명품 소비는 기성세대보다 활발하다. 아이에게도 입히고 싶은 마음에 비싼 아동복을 쉽게 구매한다”며 “과거보다 자녀가 많지 않아 아이를 고급스럽게 키우려는 열망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아동복 중심이지만 장난감이나 액세서리 등 아동용품도 고급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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