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잘 지내려면 ‘사랑하는 마음’ 못잖게 ‘사랑할 능력’도 중요[우당탕탕 귤엔터]
반려견 입양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만 개를 키울 수 있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유기견 문제가 상당히 해결되지 않을까? 이런 발상에서 우리는 국제 강아지의날에 맞추어 가상의 반려견 입양 자격시험 문제를 만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했다. 국제 강아지의날은 매년 3월23일로, 유기견 입양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사랑하고, 구조하고, 입양하라’(Love, Rescue, Adopt)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제안된 날이다.
‘개를 사랑하자’라는 생각은 반려견을 가족으로 맞이할 때 다들 다짐하는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사랑’이라는 게 얼마나 모호한 말인지 생각해보곤 한다. 그 말 안에는 개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다. 사회 전반에 개를 아끼고 사랑하는 따뜻한 이야기는 넘쳐나는 데에 비해, 개가 어떤 특성을 가진 존재이고 개에게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 부족하다. 최근 들어서 개와 매일 산책하는 활동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졌지만, 산책을 나가서도 우리는 예상하지 못한 난관에 부딪힌다. 매일 산책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개가 산책 내내 줄을 힘껏 당기며 캑캑댄다거나, 길에서 만난 길고양이와 비둘기를 쫓으며 통제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거나, 다른 개와 마주칠 때마다 튀어나갈 듯이 짖는다거나 하는 것이다. 겨우 산책을 마치고 집에 왔는데도 창밖을 보며 끊임없이 짖는다. 그러다 침대에 배변을 하고 치우는 사이에 소파를 물어뜯는 개를 마주하게 된다면 그 개를 사랑할 수 있을까?
산책 도중 다른 개 향해 짖어댈 때
침대·소파 위에 자꾸 ‘볼일’ 볼 때
수시로 부딪히는 문제적 행동들
막연한 ‘사랑’만으론 해결 안 돼
입양 전에 공부, 입양 후엔 기록
반려견 성향·행동 이유 알아둬야
사랑할수록 더 많이 죽는다는데…
무턱댄 사랑이 개에게 가혹할 수도
위의 상황들은 흔히 개의 문제행동으로 언급되는 모습이지만, 사랑이나 산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지 못한 채 막연히 내가 선택한 개가 그저 순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개를 데려오는 것은 지나친 낙관에 지나지 않는다. 집 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개를 보며 뒤늦게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한 것인지 후회해봤자 이미 늦었다. 그들 중 누군가는 갑갑한 아파트에서 힘들게 살지 말고 자유롭게 뛰어놀라며 들판에 유기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시골에서 마음껏 짖으라며 친척이나 지인의 시골집에 보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처럼 유기하거나 파양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므로 골칫거리 반려견과 그냥 문제를 품고 살기로 마음먹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유기견은 상처를 받은 탓에 문제행동을 할 것이고 키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도 사실 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에서 기인한다. 상처받은 유기견보다 펫숍에 진열되어있는 2개월령의 강아지가 순수하고 무결하니 초보 보호자에게 더 적합한 개라고 생각하는 것인데, 과연 그럴까? 쇼윈도에서 하얀 조명을 받으며 가족을 기다리는 그 어린 강아지들은 강아지 공장이라 불리는 비닐하우스 뜬장에서 병든 엄마 개를 강제로 임신시켜 낳은 아기들 중 하나일 뿐이다. 그들 대부분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엄마와 형제들과 부대끼며 기초적인 사회성을 키워가는 시기에 작은 쇼윈도에 갇혀있기 때문에 사회성이 결여되어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사실 강아지의 특성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쇼윈도 너머의 강아지는 귀여운 모습이 아니라 안타까운 모습으로 보일 것이다. 시골이나 전원주택에서 1m 줄에 개를 묶어 키우는 것도 생각해보면 개의 본성에 상당히 위배되는 방식이다. 묶여있는 개는 하루 종일 자신의 공간에 낯선 사람과 동물이 다가오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짖고 경계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예민한 상태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위 두 가지 방식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개를 사육하는 방법이라는 점은 우리 사회가 개에 대해 얼마나 알지 못하는지 보여준다.
실제로 개를 키우려면 반려견 면허시험을 보아야 하는 나라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니더작센주에서는 10년 전부터 개를 입양하는 모든 사람이 면허시험을 치러야 한다. 이론시험과 실기시험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이론시험의 예시 문항을 살펴보면 생각보다 어렵다. 시험은 개의 기본적인 돌봄이나 건강에 대한 문제부터 행동이나 교육 방법, 위험 상황에 대한 대처 방법이나 동물보호법에 대해서까지 묻는다.
시험에 통과하려면 당신은 강아지에게는 사회적 자극을 제공하여 사회성을 키워주어야 한다는 사실, 개가 원하는 행동을 했을 때 칭찬은 최대 2초 안에 해야 한다는 사실, 개를 자주 오랜 시간 견사에서 기르면 사회적 결핍에 따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 개의 산책줄을 풀 수 있는 곳에서도 아이들이 다가오면 산책줄을 매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 실기시험은 반려인이 일상적인 자극 공간에서 개를 대하는 태도를 중심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이렇듯 개와 살기 전 개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준비하는 문화 속에서 반려견과 반려인은 더 나은 생활을 함께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 서울시에서도 비슷한 취지로 2019년부터 ‘반려인 능력시험’이라는 것을 개최해오고 있다. 이 역시 반려견의 능력이 아니라 반려인의 개에 대한 지식과 태도를 평가한다. 일상적 상황 속에서 개가 놀라지 않게 보호자가 적절한 태도를 취하는지, 설령 개가 놀라더라도 차분하게 대처하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더불어 최근 데뷔를 완료한 몇몇 귤멍멍이 가족들로부터 반가운 소식도 들었다.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반려견 순찰대’ 선발 시험에 세 멤버나 선발되어 멋진 형광색 유니폼을 입고 동네 치안 지킴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부산 반려견 순찰대로 앞서서 활동 중이던 멤버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까지 늠름하게 수행했다고 한다. 제주도 쓰레기더미 마당에서 천덕꾸러기 취급받던 개들이 대도시를 방범하는 순찰대원이 되었다니 정말 뿌듯하지 않을 수 없는 소식이었다.
인간 사회 속에서 개와 함께 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지는 것은 무척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힘든 산책의 모습이나 집 안에서 물건을 물어뜯거나 짖는 모습들은 조금만 찾아보아도 다양한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다.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것은 보상개념의 습득이다. 식습관 개선을 통해 먹는 것을 좋아하게 되고 신뢰관계를 쌓은 보호자와 함께 다양한 규칙들을 배우는 것이 트레이닝의 기초이다. 그리고 쉽게 간과하는 것 중 하나는 줄이 팽팽하게 당겨진 채로 산책을 하는 것이다. 팽팽한 줄은 개를 흥분시키게 되며 다른 개를 보며 짖거나 사람을 보며 경계하게 될 수 있는 원인 중 하나이다. 줄을 느슨하게 걷는 연습과 보상 개념의 습득만으로 다양한 규칙을 배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만약 개를 반려하고 싶은데 경험이 없어서 망설이고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구조되어 개인이나 단체에서 임시보호 중인 개를 입양하는 것이다. 임시보호처에서는 개와 잘 맞는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개의 특성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이를 토대로 홍보한다. 그리고 개가 사람과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화 경험을 제공하며 가족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임시보호처에서 알려주는 개의 정보를 토대로 개의 성향이 나와 맞는지 판단해볼 수도 있고, 개의 교육과 관련하여 어떤 부분을 사전에 공부하고 대비해야 하는지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에게 의존적인 성향이 있는 개라고 한다면 분리불안을 예방하는 방법을 미리 공부해놓을 수도 있을 것이고, 조심성이 많은 개이거나 반대로 쉽게 흥분하는 개라고 한다면 함께 사는 가족들에게 개를 대할 때의 주의사항을 미리 숙지하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임시보호처에 연락하여 개와 실제로 만나 산책하거나 시간을 보내보는 것도 추천한다. 임시보호처에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도 있다. 아마 개를 살리고 싶은 마음으로 임시보호를 시작한 임시보호자들은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중일 것이기에 당신의 질문과 관심을 무척 환영할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도 혹시 개의 입양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SNS에서 #임시보호 #임보중 등을 검색해보자. 물론 우리 귤엔터 연습생 오렌지와 햇님이도 당신에게 열려있다.
개들마다 성격이 천차만별이며 성향에 따라 교육 방법이 다를 수 있다. 활발한 개는 느릿느릿 보상을 하면 좋고, 어떤 개는 한껏 ‘오버스러운’ 보상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런 차이에 대해 구분할 수 있고 둘 중 스스로에게 어떤 개가 더 적합할지 계획하면 좋겠다. 또 개들은 생애주기별로 각기 다른 특성을 보인다. 어린 강아지를 입양하고 싶다면 에너지 넘치는 강아지에게 충분한 사회화 교육과 놀이와 산책을 제공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어린 강아지의 에너지가 부담스러운 사람은 조금 더 차분한 성견을 입양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산책이나 활동을 함께하기는 힘든 상황이지만 의미 있는 입양을 하고 싶다면 보호소나 쉼터에서 생을 마감해가고 있는 노견의 호스피스를 지원하는 방법도 있다. 늙은 개가 안락하고 평온한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내어주는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 유기동물 보호소 안락사 통계를 살펴보다 개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많이 죽기 시작했는지에 대해 옛 기록을 찾아본 적이 있다. ‘사람들이 개를 사랑하게 되면서 개들이 죽기 시작했구나.’ 기록들을 되짚어보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다. 더 많은 사람이 개를 사랑할수록 더 많은 개가 죽어가고 있었다. 개들에게 인간의 사랑이란 얼마나 가혹한 것이었을까. 오롯이 그 시간을 묵묵히 견뎌왔을 개들에게 우리는 이제 답해야 한다. 그들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지에 대하여.
▶귤엔터 이사진 : 구낙현·김윤영·금배
MBTI가 ENFP인 사람, INTJ인 사람, 그리고 말이 없는 강아지 금배로 이루어진 팀이다. 매일 산책하는 금배와 더 행복하게 걷기 위해 최근 제주로 이주했다. 걷다가 만난 마당개와 들개의 새끼들을 길거리캐스팅하며 ‘제주탠져린즈’라는 반려견 연습생 그룹을 꾸렸다. 지금은 이들의 소속사 귤엔터로서 반려견으로 데뷔시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강아지 금배와 걸으며 만난 제주의 자연과 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한다.
귤엔터 이사진 : 구낙현·김윤영·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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