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기지였던 용산어린이정원[금주의 B컷]
“어린이들을 오염된 어린이공원에 부르는 것은 아동학대를 저지르는 것이고, 대한민국 미래를 망가뜨리는 것입니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은 주한미군 기지에서 공원으로 재탄생한 ‘용산어린이정원’ 개방행사에 참석해 어린이들과 함께 입장했다.
같은 시각 공원 인근에서는 녹색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오염된 용산어린이정원 개방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환경부는 이미 수년 전 조사를 통해 반환 부지들이 토양환경보전법상 공원이 들어설 수 없을 만큼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또 “이 부지는 인체에 치명적인 석유계통 탄화수소를 비롯해 크실렌, 납, 비소, 수은 등 중금속과 발암물질로 범벅돼 있어 공원 조성 기준치를 많게는 30배 이상 초과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활동가들은 기자회견 후 방진복을 입고 방독면을 쓴 채 유류탱크에서 새어 나온 발암물질로 몸이 오염되는 모습을 퍼포먼스로 표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개방행사 축사에서 “어린이들이 건강하고 즐겁고 행복한 공간이 되도록 계속 가꿔나가겠다”며 “미래의 꿈나무인 어린이들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1주년에 맞춘 공원 개방보다 오염된 토지의 정보 공개와 환경 정화가 어린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지금 필요한 노력이 아닐까.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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