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항에 제주 못 가.. 중고거래 “객실 사세요, 파세요”
오전 11시부터 출발편 재개.. 오후 본격 운항
김포공항 운항제한 연장.. 임시편 추가 투입
펜션·리조트 취소 잇따라.. 양도·양수 등장
당일 예약 많아.. 가격 저렴해도 거래 '한계'
지난 이틀간 기상악화로 잇따랐던 항공편 결항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제주국제공항은 추가 결항편 없이 계속 항공편 운항이 재개됐지만, 적체된 승객들의 발길에 지연편이 이어지면서 정상운항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거래 플랫폼엔 결항으로 인해 이용이 어렵게 된 펜션이며 리조트, 호텔 등 취소 객실을 '팔겠다', '사겠다'는 게시물이 줄줄이 올라왔습니다.
큰 폭의 할인가로 내놓은 숙소도 적잖았지만 대부분 결항 당일이나 연휴에 임박한 예약분이라 실제 거래 성사로 이어질 지는 불투명해 보입니다.
■ 무더기 결항 풀려.. 학단 등 잇따라 공항 '혼잡'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에 따르면 오늘(5일) 오후 4시 국내선 87편(출발 40편, 도착 47편)과 국제선 5편(출발 3편, 도착 2편) 등 모두 92편이 운항을 재개했습니다.
제주엔 무더기 결항 사태 이전까지 33개 학교 6,000여 명의 학생 단체가 찾은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공항엔 당초 어제(4일) 일정을 마무리하고 제주를 떠날 예정이던 수학여행 단체 등 1만여 명의 승객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오후 들어 혼잡을 더했습니다.
경남에서 찾은 'ㅁ'여고의 이모(18) 학생은 "어제 돌아가기로 했는데, 하루 더 제주에서 머물렀다"면서 "다소 불편한 것은 있었지만 주변에서 신경 써주고, 나름대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웃음을 지었습니다.
이 학생은 학우 200여 명 등과 함께 지난 2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를 찾아 어제(4일) 오후 제주를 떠날 예정이었지만, 악기상으로 하루 더 체류 일정을 늘려야 했습니다.
학생들이 머문 제주시 해안동 ‘O’호텔 관계자는 “학생들이 하루 더 있게 돼 객실 걱정을 했는데 때마침 다른 지역 손님 예약들이 취소돼 70여 객실을 쓸 수 있게 됐다”면서 “원래 오늘 점심까지는 챙겨주려 했던게 예정보다 일찍 움직여 어렵게 됐지만, 무사히 돌려보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전했습니다.
■ 오전 11시 이후 출발편 재개.. 37편 증편 등 수송 '활기'
날이 풀리면서 오전 11시 18분 대한항공 KE1045편이 첫 이륙한 것을 시작으로 오후 들어 항공편 운항은 은 점차 정상을 되찾았습니다.
국내선 출·도착 35편, 국제선 출·도착 2편이 임시 증편됐습니다.
또 김포공항은 밤 11시까지인 '커퓨타임(Curfew Time)', 즉 야간 운항 제한이 자정(24시)까지 연장돼 적체된 승객들 수송에 보탬을 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날까지 강풍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오후부터 항공편 운항이 취소돼 243편(출발 118편, 도착 125편)이 결항됐습니다.
오늘(5일) 결항편은 216편(출발 110편, 도착 106편)입니다.
■ 야외 행사 등 취소.."그래도 연휴" 실내 관광지 '북적'
이같은 악천후는 관광객들만 아니라, 어린이날 야외 일정을 계획했던 도민 등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많은 행사들이 악기상으로 인해 취소되거나 축소됐습니다.
반면 일부 실내 관광지는 정상영업에 나서면서 행사 장소 등은 밀리는 인파로 종일 붐볐습니다.
제주시의 박모(38)씨는 "오후에 날씨가 풀리면 집 가까운 곳으로라도 나가볼까 했는데,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아 포기했다"면서 "아이들과 집에서 종이접기를 하고, 좋아하는 음식들을 만들어 먹으면서 연휴를 보낼까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적잖은 도민들은 실내 일정으로 계획을 변경하고 기꺼이 비바람을 무릅쓰고 나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초등학교 5년 딸을 둔 김모(48)씨는 "날씨가 궂어서 오도가도 못해 고민하다 우연히 ‘OO’마켓에 올라온 테마파크 티켓을 구매했다"면서 "숙박까지 양도받을까 했지만 일정이 촉박하기도 해, 일단 당일치기로 움직여볼까 한다"고 전했습니다.
■ 취소 객실 등 중고거래에 등장.. “임박 예약 대부분”
김씨의 경우처럼, 실제 중고거래 플랫폼과 온라인 커뮤니티엔 연휴 갑작스런 결항으로 인해 숙박 일정이 취소됐다며 다급하게 올린 펜션이나 리조트, 호텔 등 객실 양도 물량들이 계속 몰렸습니다.
또 미리 결항을 우려해 객실을 예약했다가, 항공이 풀리면서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는 경우까지 사례도 다양합니다.
주말 1박이 60만원인 객실가를 25만 원, 60%나 낮은 가격으로 내놓기도 해 운영자나 고객 등의 다급한 마음이 잘 드러납니다.
이같은 상황들을 감안해 양도 객실을 찾는 '양수' 수요들까지 등장했지만 정작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그리 많아 보이진 않습니다.
당장 거래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바로 연휴를 낀 임박한 날짜들이 적잖아 취소분들을 바로 상쇄할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관련해 서귀포시 한 펜션 관계자는 "항공편이 빨리 풀려 다행이긴 한데, 결항으로 예약을 취소한 손님들이 오질 않는게 문제"라면서 "어떻게 취소 물량들을 채울지 몰라, 우선 SNS나 거래플랫폼을 활용해 저렴하게 내놨다"고 전했습니다.
특급호텔 한 관계자는 "크게 객실이 비어버린 건 아니지만, 일부 취소가 생기는 건 맞다"면서 "이미 할인가로 판매한 분량이고 주로 고객들 간의 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 연휴기간은 관광객도 있지만 도민들로 금방 채워지기도 해 조금 시간을 두고 보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관련해 또다른 호텔업계 관계자는 "비중있게 객실이 비는 부문은 대부분 3,4성급 관광호텔들이 많다"면서 "수학여행이나 단체 등에서 한꺼번에 취소가 난 경우 타격이 커지지만, 그렇다고 당장 수요를 만들기도 어려워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제주공항엔 내일 새벽 3시까지 이·착륙 방향으로 급변풍 특보, 강풍 특보가 발효 중입니다.
제주공항 관계자는 "운항이 재개됐지만, 날씨 상황이 유동적이라 항공사마다 운항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면서 사전에 개별 항공사별로 정상 운항 여부 등을 재확인하고 공항을 찾아줄 것을 이용객들에게 당부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고승한 (q890620@naver.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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