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기분 나빠”…김정은이 지적했던 해금강 호텔 완전 철거됐다

금강산 관광지구 소재 현대아산 소유 해금강 호텔
VOA “위성 사진에 흔적 없이 사라져”
정부 “법적 대응 검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앞줄 가운데)이 2019년 10월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 지도하고 이곳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금강산 관광지구에 세워졌던 현대아산 소유의 해금강 호텔이 완전히 철거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진다”며 철거를 지시한 바 있다.

5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민간 위성영상 업체 플래닛 랩스가 지난 3일 촬영한 북한 강원 통천항 위성 사진에 해금강 호텔의 하층 지지대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 앞서 하층 지지대 위 건물이 해체된 데 이어 최종 철거된 것으로 보인다.

통천항 수상에 떠 있던 하층 지지대는 지난 3월부터 크기가 줄어드는 모습이 위성 사진에 잇따라 포착된 바 있다. 앞서 금강산 관광지구가 위치한 강원 고성항에서 지난해 12월 통천항으로 옮겨져 해체 작업이 이뤄져왔다.

해금강 호텔은 우리 측 현대아산 소유로, 과거 금강산을 찾은 남한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한 수상 건물이다.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10년 넘게 방치돼 왔는데, 김 위원장은 2019년 10월 금강산을 시찰한 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북한 통천항에 자리한 하층 지지대가 지난 1월9일 위성 사진(왼쪽)엔 포착됐지만, 5월3일(오른쪽)엔 흔적이 없어졌다. 플래닛 랩스 갈무리

 
당시 김 위원장은 “손쉽게 관광지나 내여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하여 금강산이 10여년간 방치되여 흠이 남았다”며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되였다”고 비판했었다.

남측과 협력해 금강산 관광사업을 추진한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후 북한은 지난해 3월 해금강 호텔 철거 작업을 일방적으로 시작했다.

금강산 관광지구 내 다른 남측 자산도 작년 들어 대부분 해체됐다. 작년 4월엔 한국의 리조트 기업 아난티가 운영하던 금강산 골프장의 8개 숙소동이 철거됐다. 문화회관 건물과 금강산 온정각, 고성항 횟집 등 한국 소유 건물이 해체돼 현재 이들 부지엔 콘크리트 잔해 만이 남아있다.

정부는 우리 측 자산에 대한 일방적인 철거를 중단할 것을 계속 요청하고 있으나 북한은 무응답으로 일관해 오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일방적인 우리 기업 자산 철거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국내 법원 등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을 제기해 승소하더라도 이를 강제 집행할 방법이 없어 제재 실효성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