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사상 최고가 … 맥도날드 매뉴얼 속 '디테일의 힘'
패티 10㎜·빵 한 쪽에 17㎜ … 한입 만족감 주는 두께
지갑 꺼내기 딱 좋은 계산대 높이 … 3초 안에 추가 주문
브랜드 파워로 전세계 장악 … 이익 90% 가맹점서 나와
車 앞뒤 무게 49대51 황금비율 유지하는 페라리 '독주'
일라이릴리 매출 25% R&D 투자 … 매출이익률 76%
알츠하이머 치료제 임상3상 청신호 호재에 주가 급등
햄버거 고기 패티 두께는 10㎜를 지켜야 한다. 빵 한 쪽 두께는 각각 17㎜다. 다 더하면 햄버거 총 두께는 44㎜여야 이상적이다. 44㎜가 입안으로 들어왔을 때 소비자들이 가장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미국 맥도날드 매뉴얼의 일부다. 맥도날드 계산대는 72㎝ 높이를 고수한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꺼내기 '딱 좋은 높이'라고 한다. '3초 룰'도 있다. 가게 점원들은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후 3초 안에 "콜라나 감자튀김도 드시겠느냐"며 추가 소비를 유도한다. 3초가 지나면 추가 주문 확률이 50%대로 떨어진다. 이 같은 디테일을 갖춘 맥도날드가 올해로 창립 68주년을 맞았다. 주가도 축포를 올렸다. 맥도날드 주가는 지난 2일 298달러로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세계 최고 시가총액 기업이자 빅테크 '대장주' 애플의 주가가 사상 최고가 대비 8% 하락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애플은 올해가 47주년이다. 최근 주식시장에선 첨단 기능을 갖춘 아이폰보다 구닥다리 매뉴얼의 맥도날드 햄버거에 열광하는 모양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설립 10년째인 테슬라 대신 76년 된 페라리가 뜨고 있다. 차를 만드는 완성도와 디테일에선 페라리가 압도할 수밖에 없다. 제약 업종에선 코로나19 백신으로 유명한 모더나 주가가 먼저 급등했다가 최근 1년 넘게 하락세이지만 전통 제약주 일라이릴리는 사상 최고가로 달려가고 있다.
'코로나 거품'이 사라지자 13년 된 모더나는 176주년을 맞은 고령 제약주에 상대가 되지 않는 모습이다.
오랜 경험을 통해 브랜드 파워를 보유하게 된 맥도날드, 페라리, 일라이릴리는 다른 기업과 달리 가격 결정력을 갖게 됐다.
맥도날드는 올 들어 주요 먹거리 가격을 올렸다. 미국 본사 정책에 따라 한국맥도날드 역시 지난 2월 일부 메뉴의 가격을 평균 5.4% 인상했다.
이에 따라 지난 1분기 매출은 59억달러로 2022년 1분기보다 4.1% 증가했다. 순이익을 보면 더 놀랍다. 순익은 작년 1분기보다 63.2% 급증한 18억200만달러를 기록했다. 매출 증가율보다 순익 증가율이 높은 것은 프랜차이즈 확대 정책과 관련이 깊다.
프랜차이즈는 말 그대로 상표권을 빌려주고, 영업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방식이다. 일은 가맹점이 하는데 이익은 본사로 몰린다.
전 세계에서 맥도날드의 황금빛 'M'자를 기꺼이 수입하는 것은 이들의 주방 디테일에 있다. 주방 기구 위치에서 직원 동선까지 배려한 설계로 고기 패티를 굽기 시작해 30초면 햄버거가 카운터로 배달된다.
소비자는 물론 직원까지 만족하면서 맥도날드는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되고, 이는 재료비와 임차료를 깎아 불황 시 비용 절감 효과로 이어진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맥도날드 1분기 이익의 90.8%가 전 세계 프랜차이즈에서 나왔다. 직영 매장 비중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2017년 말까지만 해도 직영 매출의 이익 비중은 21.7%였다. 이 같은 구조로 맥도날드는 1분기 영업이익률 45%를 달성하며 소비재 기업 중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테슬라의 영업이익률이 19%에서 11%로 급전직하하는 동안 이익률이 20%대를 유지하는 자동차 상장사가 있다. 바로 이탈리아 스포츠카를 만드는 페라리다. 미국 뉴욕증시에도 'RACE'라는 거래 코드로 2015년부터 상장돼 있다. 국내 상장사들의 전매특허 '박리다매'가 아닌 '후리소매'(많은 이익을 적은 매출로 거두는) 방식이다. 대당 판매 가격이 기아의 경우 3000만원 선인데 페라리는 이 가격의 10배 수준이다.
블룸버그 기준 올 1분기 페라리 영업이익률 추정치가 무려 26%에 달하는 이유다. 이익률 2위 벤츠그룹(13.1%)의 2배다.
맥도날드처럼 페라리도 불황일수록 잘 팔린다. 전 세계에서 페라리 판매 대수는 2019년 처음으로 1만대를 돌파했지만 코로나 영향으로 2020년 9119대로 감소했다.
2021년부터는 부자들이 지갑을 여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같은 해 페라리 판매 대수는 1만1155대로 회복됐고, 급기야 작년엔 1만3221대로 성장세를 탔다.
전 세계적인 친환경 자동차 트렌드에도 굴하지 않고 페라리 특유의 12기통(실린더 12개) 엔진 슈퍼카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처럼 '빠른 차'를 위한 디테일은 페라리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신차 '푸로산게'에도 그대로 계승되고 있다. 일반 차는 엔진을 차 앞쪽에 장착하지만 푸로산게는 좀 더 뒷부분에 배치했다. 또 후륜에 기어박스를 두면서 전체 앞뒤 무게 배분이 49대51의 '황금 비율'을 유지하게 했다.
그동안의 페라리 스포츠카 감성을 그대로 가족용 차인 SUV에 접목했다. 페라리는 2021년까지 SUV를 만들지 않았다. 페라리 정신을 훼손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올해 푸로산게가 본격적으로 팔리기 때문에 실적만큼은 좋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올해 예상 매출은 63억1400만달러로, 작년보다 17.6%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유명한 '메타'는 매출총이익률이 70%를 넘어 '빅테크'라는 이름에 걸맞다. 매출총이익률은 매출에서 매출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을 다시 매출로 나눈 값이다. 통상 빅테크가 높게 나오고 주가가 이를 반영한다. 미국 제약 회사 일라이릴리는 빅테크가 아닌데도 지난 1분기 매출 총이익률이 76.6%를 기록했다. 작년 1분기엔 73.5%였다. 월가에선 이익률이 올해 말 78.8%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라이릴리가 치매와 같은 난치병에 도전하고 있고, 이런 질병을 앓는 사람들은 기꺼이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페니실린과 인슐린 상용화에 성공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3일에는 개발 중이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도나네맙'이 임상 3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놓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번 임상은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18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일라이릴리는 임상에서 도나네맙 투여로 환자들의 인지 능력과 일상생활 능력 감소를 35% 늦췄다고 보고했다. 질환의 다음 단계 진행 위험은 39% 낮췄다는 결과도 공개했다. 임상 호재에 일라이릴리 주가는 6.7% 급등해 사상 최고가로 진격했다.
작년에는 당뇨병 치료제 신약 '마운자로'가 히트를 쳤다. 작년 5월 미 FDA 승인을 받고 같은 해 2분기에 나왔는데 매출 1600만달러를 기록해 시장(예상치 1000만달러)을 놀라게 했다.
일라이릴리가 철저히 따르는 매뉴얼 중 하나는 '연간 매출의 25%는 연구개발(R&D)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25% 룰'을 준수하기 위해선 매출이 늘어날 때 연구개발비를 더 많이 투입해야 하고 이는 높은 신약 개발 성공률로 이어지고 있다. 일라이릴리의 연간 매출 대비 R&D 비용 비중은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 25.1%를 기록했다. 팬데믹 시기에는 24%대로 떨어졌다. 전염병 백신은 일라이릴리의 전공이 아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자 작년 말 R&D 비용 비중은 25.2%로 회복됐다.
투자자들은 일라이릴리가 '연구 중심 회사'라는 정상 궤도에 돌입한 것을 확인하고 주식 매수에 올인하고 있다.
[문일호 엠플러스센터 증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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