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승부에선 늘 승리, 성공의 역설에서 벗어나 겸손해져야 [쓴소리 곧은 소리]
자유주의·시장경제 등 가치 기반 정치 지키고 사회적 약자와 동행 늘리길
(시사저널=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년을 맞이했다. 민심은 호의적이지 않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새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는 53%로 출발했다. 그러나 올해 4월 집권 1년 시점에 30%로 추락했다. 지난 1년 동안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 추이를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첫째, 더블딥 현상이다. 집권 초 50%대를 유지하다가 20%대로 추락한 다음 30%대로 소폭 회복했다가 다시 20%대로 추락하는 '이중침체 현상'이다.
둘째,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데드크로스의 고착화다. 갤럽의 작년 7월 1주 조사에서 부정 49%, 긍정 37%로 처음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그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다시 긍정이 부정을 앞서는 골든크로스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셋째, 지난 대선에서 형성된 '2030세대 동맹'과 '중도·보수 연합'이 해체됐다. 윤 대통령 집권 초기(2022년 5월 둘째 주) 20대와 30대에서 긍정평가는 각각 45%와 54%인 반면 부정평가는 41%와 38%였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시점(2023년 4월 4주)에 이들 계층에서 긍정평가는 각각 18%와 24%에 불과했다. 반면, 부정평가는 69%와 68%였다. 결과적으로 유권자 지형이 다시 '2050 대 6070'으로 재편되고 있다. 한편 중도층에서 긍정평가는 45%에서 20%로 반 토막 났고, 부정평가는 39%에서 73%로 급상승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2030세대 동맹' '중도·보수 연합' 해체돼
첫째, 경제 악화다. 경제를 망친 문재인 정부를 교체한 윤석열 정부에서 좋은 일자리 창출 등을 기대했지만 체감되는 성과가 나오지 않자 실망한 국민이 정부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둘째,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이 국민의 호응을 받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앞두고 6대 정책 분야에 대해 평가한 결과, 대북 정책이 35%로 가장 높고, 그다음은 복지 33%, 외교 27%, 경제 25%, 교육 23%, 인사 19% 순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평가 대상 6개 분야 긍정은 낮고 모두 부정평가가 우세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정부의 핵심 정책에 대한 지지도가 낮으면 결국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도 덩달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셋째,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다. 전국지표조사(4월 4주)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 운영 긍정평가는 32%였고, 부정평가는 57%였다. 그런데 부정평가 이유로 가장 많은 36%가 "독단적이고 일방적이어서"라고 응답했다. 그다음으로 "경험과 능력이 부족해서"(33%)가 차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1년을 성찰하면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지켜야 할 것'과 '바꿔야 할 것'을 고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지켜야 할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가치에 기반을 둔 리더십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를 35차례나 언급하며 "자유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국내외 당면 위기와 난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 역설했다. 이런 가치는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지켜져야 한다.
둘째, '윤석열다움'의 유지다. 이를 통해 '윤석열 내러티브(narrative)'를 만들어야 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예일대 로버트 J 실러 교수는 《Narrative Economy》라는 책에서 "내러티브가 정치·경제를 이끄는 진정한 원동력"이라고 주장한다. 윤 대통령도 향후 자신이 주도할 '핵심 어젠다'를 '윤석열 내러티브'로 만들어 집중할 필요가 있다. 가령, '법과 질서' '규제 혁파' '권력형 비리 및 부패 척결' '동맹 강화' '노동의 유연성' '자유와 연대' 등을 대통령이 지향하는 최고 가치로 만들어야 한다.
셋째, 사회적 약자와의 동행이다. 큰 틀에서 보면 보수가 추구해야 할 '제3의 길'이다. 진보 전유물이었던 가치를 보수의 시각에서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마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전국민의료보험'을 채택한 것과 같다. 이것은 보수 가치의 포기가 아니라 외연을 확대하는 것이다.
제3의 길 '박정희의 전국민의료보험'
바꿔야 할 것도 세 가지다. 첫째, 대통령 인식의 대전환을 통한 통치 스타일의 변화다. 무엇보다 '성공의 역설'에서 벗어나 겸손함을 가져야 한다. 윤 대통령은 약 2년 전 정치 입문 이후 정치적 승부에서 모두 승리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투쟁에서 승리했고,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했으며, 대선에서는 이재명 야당 후보를 꺾었으며, 이준석 당대표를 축출했고, 여당 전대 국면에선 나경원 저출산고령화위원회 부위원장과 안철수 의원을 좌절시켰고, '윤심'을 통해 김기현 의원을 당대표로 만들었다. 성공에 도취되어 자신을 너무 과신하고 정치를 우습게 보는 순간 절박함은 사라지고 오만함이 넘쳐난다. 윤 대통령이 독단적·일방적 태도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의 리더십'을 펼쳐야 한다. 절박해야 겸손함이 생긴다.
둘째, 가치와 행동의 부조화다. 대통령과 정부가 지향하는 가치가 막상 국정 운영 과정에서 부정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가령 윤석열 정부가 시장경제의 틀을 확고하게 하기 위해선 사유재산권 확립, 교환 및 거래의 보장, 경쟁적 시장체계 구축, 효율적 자본시장 구축, 통화가치 안정, 효율적이고 공평한 세제의 구축, 그리고 대외개방과 자유무역 창달 등을 이룩해야 한다. 그런데 정치적 이유와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이런 가치에 반하는 법안이나 정책을 만드는 것은 자기부정이 된다.
, 정부를 '가치 기준 경영체제(Value Based Management)'를 수립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 정부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은 경제적 번영을 구가하기 위한 경제체제의 기본 틀을 잘 짜주는 보호적 기능(protective function)이다. 정부의 보호적 기능은 국민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제도를 마련해 주는 것으로, 경제적 번영에 필수적이다. 정부 핵심 과제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부 내부의 협력이 잘 이뤄져야 국정 운영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경영의 방향, 철학, 이념들이 정부 부처 간에 서로 공유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정책 혼선은 사리지고 정부 조직의 효율성은 극대화된다. 단언컨대, 윤 대통령이 변하면 흥하고, 변하지 않으면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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