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닮을까봐" 옆집 애 맞는다는 '그 주사' 고민된다면 [헬시타임]

안경진 기자 2023. 5. 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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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성장 관심 타고 '저신장' 진료인원 급증세
병적 저신장 확인되면 '성장호르몬' 보험적용
키 성장을 도우려면 치료 못지 않게 올바른 식습관과 운동·수면습관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직장인 장모씨(45)는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자신을 닮아 키자 작을까봐 걱정이다. 장씨의 키는 170cm가 조금 못된다. 원체 운동을 즐기지 않고 체격도 왜속했는데, 중학교 이후 성장 속도가 느려지더니 지금 키에서 더 자라질 않았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어린 시절 체형과 성격을 빼닮은 아들을 볼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 얼마 전 학부모 모임에 다녀온 아내로부터 요즘 부모들 사이에서 "치아 교정과 드림렌즈, 성장호르몬 치료가 ‘3대 메디컬 등골 브레이커’로 불린다"는 얘길 들은 뒤부턴 더 고민이 많아졌다.

◇ “키는 유전이라던데” 또래보다 작은 아이 둔 부모들의 고민

최신 장남감부터 게임기, 스마트폰 등에 이르기까지 매년 어린이날이 다가올 때면 부모들은 자녀에게 좋은 선물을 주고싶은 마음에 고민하게 된다. 아이들의 키 성장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장씨처럼 키가 작은 부모들은 자녀의 성장이 더딜 경우 심란함을 더욱 느낀다. 남들처럼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게 해야 할까, 치료를 받는다면 언제가 좋을까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한해동안 저신장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4만 3618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50%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연령별로는 5세이상 10세 미만이 49%로 가장 많았고, 10세 이상 15세 미만이 37%로 뒤를 이었다.

의학적으로 저신장은 동일 연령, 동일 성별에서 평균 신장보다 3백 분위 수 미만에 속하는 경우다. 쉽게 말하자면 또래 아이 100명을 키 작은 순서대로 줄을 세운다고 가정할 때, 앞에서 3명 안에 든다면 저신장에 해당한다. 표준키에 비해 10cm이상 작거나 3~10세의 어린이가 1년에 4cm 미만으로 자랄 때도 저신장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가족성 저신장, 체질성 성장지연이라면 유전적인 요인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유전적으로 부모로부터 받은 최종키 가능 범위를 확인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부모의 키를 합한 뒤 남아의 경우 13을 더해 2로 나누고 여아는 13을 빼서 2로 나누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아빠가 178cm이고 엄마가 164cm라면 딸의 예상키는 (178+164)-6.5/2=164.5cm, 아들은 (178+164)+6.5/2=177.5cm가 된다. 물론 어디까지나 유전적인 요인을 계산하는 데 이용되는 개념일 뿐, 실제 자녀의 예측 키를 의미하진 않는다.

◇ 저신장 의심된다면 ‘원인 질환’부터 찾아야

자녀에게 저신장이 의심된다면 무엇보다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하다. 임인석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명예원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은 “저신장은 특별한 질병 없이 부모 키가 작거나 체질적으로 사춘기가 늦게 오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성장호르몬 결핍, 염색체나 골격계 이상 등 다양한 원인 질환이 의심된다면 전문의에 의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신장이 의심될 땐 신체계측과 사춘기 발현 정도, 부모의 키, 성장 패턴을 파악해야 한다. 병원에서는 X선 검사로 골연령을 측정하고 전신 질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이 이뤄진다. 필요에 따라 염색체 검사, 특정 질환 유전자 검사, 성장호르몬 유발 검사,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 등을 병행할 수도 있다.

사진 제공=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저신장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검증된 대표적 방법은 성장호르몬 주사제를 투약하는 것이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보통 일주일에 6~7회씩 수면 전에 자가 주사한다. 주사제를 투여하면서 1~3개월에 1번 꼴로 병원을 방문해 경과를 살피는 게 일반적이다. 저신장을 일으킨 병적 원인이 있다면 만2세부터 치료를 시행하고 성장판이 닫힐 때까지 투약한다. 성장판이 닫히면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가급적 조기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골연령이 어릴수록, 치료기간은 길수록, 치료 시작 때 키와 부모 중간키가 클수록, 치료 첫 해 성장 속도가 빠를수록 효과가 뛰어나다.

◇ 비싼 성장호르몬 주사, 기준 맞으면 보험적용도 가능

성장호르몬 주사치료의 가장 큰 단점은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다만 성장호르몬 결핍 같은 병적 저신장으로 확인되면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그 외 염색체 이상에 의한 터너증후군과 프레더윌리 증후군, 누난 증후군 및 임신기간에 비해 작게 태어난 부당경량아, 만성신부전도 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보험 급여 적용 여부는 골연령이 기준이다. 여아는 14~15세, 남아는 15~16세가 기준으로 여아의 경우 키가 153cm, 남아의 경우 165cm가 될 때까지 적용된다. 원인 질병이 없는 특발성 저신장은 성장호르몬 치료가 효과적이지만 건강보험 적용 대상은 아니므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다.

임인석 H+양지병원 명예원장. 사진 제공=H+양지병원

아이들의 키 성장을 위해서는 올바른 생활습관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수면은 키 성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면 조절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성장호르몬 생산량과 반응성을 높여 키 성장을 돕기 때문이다. 멜라토닌은 뇌 중앙에 위치한 송과선에서 분비, 빛 감지와 생체리듬을 조절한다. 빛을 받으면 억제돼 잠에서 깨고 어두우면 분비가 촉진돼 잠이 들게 된다.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식생활 관리와 하루 30분 이상의 적절한 운동을 병행하는 것도 좋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의 5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키 성장에 좋은 운동으로 알려져 있는 줄넘기, 농구는 골반과 무릎 성장판을 자극해 성장호르몬 분비 촉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임 원장은 “낮에는 활발한 야외활동으로 햇빛을 쬐고 잠 잘 때는 커튼을 쳐서 어두운 환경을 조성해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하면 키 성장을 도울 수 있다"며 "수면 직전 TV시청과 스마트폰 사용은 멜라토닌 생성을 억제하므로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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