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은 2개까지만"… 100학급의 어린이선언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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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민이'처럼 어린이를 비하하는 말을 하지 말아 주세요."
어린이들이 어른에게 바라는 점은 '어린이를 비하하지 말고, 의견을 존중해 달라'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린이들이 쓰지 말아 달라고 한 '잼민이'는 2019년 말 영상 플랫폼에서 생겨난 신조어로, '민폐를 끼치는 무개념 저연령층'을 일컫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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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에겐 '존중', 어린이에겐 '건강한 관계' 바람 가장 많아
"'잼민이'처럼 어린이를 비하하는 말을 하지 말아 주세요."
어린이들이 어른에게 바라는 점은 '어린이를 비하하지 말고, 의견을 존중해 달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에서 어린이해방선언 100돌, 어린이날 101주년을 맞아 서울지역 초등학교 100학급을 대상으로 '어린이선언'을 취합한 결과다. 1923년 5월 1일 조선소년운동협회는 '어린이를 온전한 인격체로 인정하고, 이들은 윤리·경제적 압박 등에서 해방돼야 한다'는 내용의 '어린이해방선언' 12만 장을 거리에 뿌렸다. 이번 어린이선언은 이를 되새겨 어린이가 어른과 어린이에게 부탁하는 내용을 담도록 했다.
5일 전교조 서울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19일~이달 1일 취합된 어린이선언에서 가장 많이 반복된 단어는 '존중'이었다. 어린이들이 쓰지 말아 달라고 한 '잼민이'는 2019년 말 영상 플랫폼에서 생겨난 신조어로, '민폐를 끼치는 무개념 저연령층'을 일컫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한 학급은 "어른들에게 어린이를 존중하고, 함부로 무시하지 않으며, 같은 인간으로서 인간다운 대우를 해주기를 부탁한다"고 적었다. "어린이는 중요한 일의 결정에 있어 자신의 의견을 내세울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어린이에게 욕을 하거나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내용도 있었다. "초보자를 'O린이'라고 부르지 말아 달라"는 당부도 눈에 띄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공부와 학원에 지친 어린이들은 놀 시간을 보장해 달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우리는 지금 당장 놀 권리가 있다. 우리는 지금 행복할 권리가 있다", "어린이는 학원을 2개까지만 다녀야 한다"는 선언부터 "학원은 이제 그만! 놀고 쉬고 자고 멍때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요", "하루에 1시간 30분 이상 놀게 해 주세요" 등의 부탁까지 다양한 의견이 모아졌다.
이 밖에도 "교통사고가 나지 않도록 안전하게 운전해 주세요", "살인범죄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전쟁을 멈춰 주세요" 등 어린이들의 몸과 마음이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내용과 "환경오염을 줄이고 생태마을을 만들어주세요" 등 환경 보호를 위해 어른들이 힘써 달라는 내용도 담겼다.
한편 어린이가 어린이에게 부탁하는 내용 중에선 '관계'에 대한 바람이 가장 많았다. 친구를 따돌리거나 괴롭히지 말고 서로 배려하며 사이좋게 지내자는 것이다.
101번째 어린이날을 맞았지만, 어린이들이 처한 현실은 밝지 않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청소년 우울증은 63% 증가했고, 2021년 아동학대 피해 경험은 10만 명당 502.2명으로 역대 최대 증가치를 기록했다. 한국 어린이·청소년의 삶 만족도는 6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26위에 그쳤다.
김성보 전교조 서울지부장은 "아이들이 국제적 인권기준에 부합하는 행복한 성장기를 보내고, 기후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함께 배우고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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