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목인 어린이날 배달을 쉬었다” 왜?···배민의 상생은 어디로
서울에서 4년째 배달 노동을 하고 있는 김문성씨(54)는 어린이날인 5일 오토바이를 타지 않았다. 배달의민족 ‘배민라이더스’ 소속인 김씨는 이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가 진행한 배달의민족 파업에 동참했다.
파업에 참여한 이유는 간단하다. 삶이 팍팍해진 라이더들의 처우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그가 배달업에 뛰어들기 훨씬 전인 2015년부터 9년째 기본배달료는 3000원으로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배민이 라이더 모집을 위해 적극적으로 펼치던 프로모션도 줄어든 지 오래다.
코로나 19 이후 급성장한 배달앱 시장은 일상 회복이 진행되면서 이용자가 줄어드는 위기를 맞았다. 배민 등 배달 플랫폼들은 이용자들을 붙잡는 동시에 배달노동자들과 상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김씨는 “1년 전부터 기름값, 물가는 오르고 수입은 악화돼 지옥이라고 표현할 만큼 어려웠다. 회사는 지난해 4200억원이 넘는 이익을 냈는데도 라이더 처우 개선에 소극적이어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노조는 ‘배민1 한집배달’(단건배달) 기본배달료를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고객이 내는 배달비를 올리자는 게 아니다. 배민이 업주에게 받는 배달비 6000원에서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비율만 높여달라고 요구한다. 6000원은 업주와 고객이 나눠 분담하는 게 일반적이다. 또 지역 간 기본배달료 차별 해소도 핵심 요구 중 하나다. 서울·경기·인천 외 지역 기본배달료가 2600~2800원으로 차이가 있다.
이 밖에도 노조는 배민이 지난달 도입한 ‘알뜰배달’ 배달료를 기본배달료와 동일하게 지급할 것을 요구한다. 알뜰배달은 동선에 따라 주문을 묶어 배달하는 대신 고객의 배달료 부담을 낮추는 서비스다.
라이더에게 돌아가는 알뜰배달료는 서울 기준 2200원(픽업 1200원·전달 1000원)이다. 노조는 기본배달료가 3000원에서 2200원으로 삭감된 셈이라서 부당하다고 본다.
배민 측은 기본배달료 인상을 거부하고 대신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비는 거리·기후할증, 프로모션 등 비용으로 쓰기 때문에 남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배달비와 별도로 배민 측은 주문 건당 중개수수료를 6.8% 떼간다. 라이더들은 인센티브 지급안을 두고 “지급 조건 자체가 높다. 결국 통제에 응한 사람에게만 임금 인상 효과를 주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27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배달의민족 라이더 운영업체 우아한청년들과의 2차 조정이 최종 결렬되자 투표를 통해 어린이날 파업을 결정했다. 노동절인 지난 1일에는 배민 본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배달의민족이 회사의 성장을 함께 만들어 온 배달노동자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파업 참여자 수를 정확히 집계하긴 어렵다. 당초 노조가 기대한 규모는 조합원 1600명을 포함한 3000명 수준이었다. 파업 당일 배민이 파업과 궂은 날씨를 감안해 일정 배달 건수를 충족하면 보상금을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배달 대란’으로 번지진 않았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조정 단계에서 회사가 준비한 안을 노조에서 거부한 상황이라 정식 교섭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교섭 진행과 별개로 대화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타협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날 다른 배달노동자 노조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라이더유니온도 “오는 10일 파업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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