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주의 대가 체호프의 ‘벚꽃동산’ 개막
국립극단 ‘벚꽃 동산’ 리뷰
대문호 안톤 체호프 4대 희곡
김광보 예술감독 총지휘
19세기 러시아 혁명기 배경
러시아 대문호 안톤 체호프의 4대 희곡이자 유작이기도 하다. 체호프는 작품이 초연된 1904년 4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말년 그는 자신의 작품 생명이 10년을 못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작품에 그려낸 다양한 인간군상과 그들이 보여주는 삶의 희비는 사실주의 연극의 정수로 불리며 오늘날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배우 백지원이 맡은 라네프스카야와 그의 가족은 이미 가세가 기운 집에서 하루하루 더 몰락해가는 존재다. 영지가 경매에 넘어가는 8월 22일이 다가오지만 정작 대저택에 살고 있는 인물 중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는 이는 없다. 모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외면하거나 웃으려 노력할 뿐. 극은 마지막 남은 금화까지 사치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라네프스카야와 농노의 자식으로 태어나 결국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신흥 사업가 로파힌이 중심 축을 이룬다.
제목과 달리 공연에선 벚꽃 한 잎도 휘날리지 않는다. 대신 태양이 떠오르는 일출과 아스라히 날이 저무는 일몰을 나타내는 조명이 배우들을 비춘다. 이들이 객석을 내다보며 지난날을 추억할 때 어린 날의 화려했던 꽃동산이 떠오르는 듯하다. 연극이 끝나며 동산에는 벚나무가 베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사랑스러운 막내딸 아냐는 엄마를 어루만지며 달랜다. “아름답고 소중한 나의 엄마, 동산이 없어졌다고 울지 말아요. 엄마의 생활은 아직 남아있는 걸요. 나와 함께 가요. 그리고 더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요.”
등장인물이 많아 정보 전달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깔끔한 연출 덕에 문제없이 몰입할 수 있다. 이번 연출을 맡은 김 예술감독은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인간관계들이 아주 많은 극”이라며 “대본 윤색을 직접했는데 15차 버전까지 나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박상봉 무대 디자이너는 유리를 활용해 아름답지만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분위기를 구현했다. 오는 28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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