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등록될 권리' 아동인권의 시작
[EBS 뉴스12]
모든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출생 등록될 권리를 가집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아이의 존재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요.
아이가 태어나면 병원에서 의무적으로 국가에 통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상미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 2021년, 여덟살 하민이는 엄마의 학대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탓에, 학교도 다녀본 적 없는 아이의 존재는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드러났습니다.
두 달 전, 창원에서는 태어난 지 두 달 된 아이가 엄마의 방치 끝에 영양실조로 숨졌습니다.
역시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아, 이름도, 주민등록번호도 가지지 못한 미등록 아동이었습니다.
이처럼 출생 미등록 아동은 건강검진이나 교육 등 기본적인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지만,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아동학대를 당해 존재가 드러난 출생 미등록 아동만 지난 4년간, 332명에 이릅니다.
인터뷰: 공혜정 대표 /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미등록 아이들 같은 경우는 그야말로 아동학대 사각지대에 있는 거죠.
누구도 이 아이가 있음을 모르고, 누구도 이 아이가 학대당하고 있거나 이 아이가 고통당하고 있음을 알지 못하잖아요.
아동이 누려야 될 모든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하는 이것부터가 아동학대의 시작점이라고 봐야 되는 것이죠."
정부는 이 같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출생통보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의료기관에서 아이의 출생 사실을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통보해 누락을 막자는 겁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8명은 아동 인권을 보호하고, 학대 예방을 위해 '출생통보제' 도입에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발의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은 아직까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등록 이주아동을 포함해, 국내에서 태어난 모든 외국인 아동에게 출생 등록번호를 부여하는 법안 역시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인터뷰: 고완석 굿네이버스 팀장 /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
"논의하는 이 과정에도 사실 출생 등록되지 않아서 아동의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는 아동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 그리고 정부는 조속하게 논의하고 빨리 통과시키도록 해야 되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출생통보의 의무를 지게 되는 의료계의 반발과 병원 밖 출산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힙니다.
정부는 병원의 부담을 덜어주는 보완책을 마련해, 출생통보제 도입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EBS뉴스 이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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