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앉게 된 H사 투자자들…“CFD 뭔지 몰라, 연기금 들어와 주가 오른다고 들어”
“집도 날리고 쫓겨나게 생겼어요.”
주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H투자자문사가 연루된 하한가 사태로 H사에 돈을 맡겼던 투자자들이 거액의 빚을 지게 됐다. 통정거래 여부에 따라 투자자들 역시 공범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투자자들은 “H사가 투자자 동의 없이 무리한 레버리지(차입)투자를 해 원금보다 많은 빚을 지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에 증권사의 채권 추심을 유예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5일 주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H사 투자자들이 모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에는 “10억대 빚이 생겼다” “개인회생·파산을 알아보고 있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H사는 투자자들의 계좌로 원금의 최대 2.5배까지 투자 할 수 있는 차액결제거래(CFD)를 이용해 투자했는데, 투자한 8개 종목이 일제히 폭락하면서 H사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을 넘어 거액의 빚을 지게 됐다.
기자가 접촉한 투자자들은 대부분 골프를 치다 만난 자금 모집책을 통해 투자금을 넣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투자자들은 H사가 원금 외에 레버리지(차입)를 이용한 투자를 하고 있는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H사에 41억원을 투자해 115억원의 빚이 생겼다는 A씨는 “CFD가 뭔지도 몰랐다. 사건이 터지고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H사가 내 계좌로 원금 이상을 투자한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서울가스 같은 종목이 상장폐지될 가능성은 없으니 손해를 봐도 마이너스가 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10억원이 넘는 빚을 지게됐다는 B씨도 “투자 원금만 날린 게 아니라 빚더미에 앉게됐다”며 “생활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하한가 첫날(4월24일) 이미 원금이 거의 날아갔다. 둘째 날 아침에는 계좌에 마이너스가 찍혔다”고 말했다. 하한가를 친 첫날까진 B씨를 안심시키던 H사 모집책은 둘째 날 아침 B씨에게 “빨리 한 푼이라도 건지라”며 카카오톡 메시지로 증권 계좌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B씨는 “나 말고 다른 투자자들도 계좌로 빚을 끌어다 쓰고 있는 것을 전혀 몰랐다”며 “지금까지 빚으로 주가를 다 올렸다는 건데, 알았다면 불안해서 돈을 넣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H사 모집책은 그동안은 저에게 연기금이랑 기관 투자자들이 들어와서 주가가 오르는 거라고 속였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대건은 투자자들을 대리해 전날 금융위원회에 “증권사의 추심을 유예해주고 이자를 일시 면제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투자자들은 일부 고액투자자들과 달리 자신들은 H사 무리한 레버리지 투자를 하고 있는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증권사와 개인 간의 채무 관계에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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