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임 휙휙, 비 와도 즐거워”···‘실내 콕’ 어린이날
“두번째 재료는 베이킹 소다예요. 더 빨리 저으세요. 휙휙휙.”
이이서군(8)이 강사의 안내에 따라 플라스틱 그릇에 담긴 물풀을 숟가락으로 빠르게 휘젓자 파란색 슬라임이 만들어졌다. 고래 모양의 파츠(작은 장식품)를 슬라임에 ‘콕’ 박은 이군은 이렇게 만든 슬라임을 병에 고이 담아 가져갔다.
5일 실내 놀이시설과 행사장은 하루종일 내린 비를 피해 실내에서 어린이날을 즐기려는 인파로 북적였다. 서울 서대문구의 어린이날 행사 ‘문체 키즈데이’가 열린 서대문문화체육관도 이군처럼 실내 체험을 하러 온 가족들로 가득했다. 아이들은 만화 캐릭터 ‘마이멜로디’ 풍선을 들고 다니거나, 얼굴에 고양이 모양 페이스페인팅을 했다. 체험 부스에서는 한 여자아이가 ‘피카츄 스티커’를 두 장 집어들고 팔에 붙였다. 곳곳에서 “엄마, 우리 부채만들러 가요” “벌써 집에 가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군의 모친 오혜임씨(36)는 “비 온다는 예보가 있어 실내로 왔다. 프로그램이 알차게 있어서 아이가 즐거워한다”며 “집이랑 가깝고, 체험 비용이 100원으로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딸 김민서양(5)이 부채에 형형색색의 호일을 붙이는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던 이신혜씨(43)는 “열쇠고리도 만들고 부채도 꾸미고 하니 딸이 신이 나 있다. 밖에는 비가 내리는데 안은 쾌적해서 좋다”고 했다.
어린이날을 맞아 야외 활동을 계획했다가 비 소속에 실내 공간으로 방향을 튼 이들이 적지 않았다. 야외 놀이공원이나 관광지를 가지 못해 울상짓는 아이들도 있었다. 서문길씨(41)는 “가족과 상의해서 한강에서 물총싸움, 서해바다에서 어패류 줍기, 남산 등산 등 세 안을 계획했다가 어제 저녁부터 날씨가 흐려지는 걸 보고 행선지를 바꿨다. 아쿠아리움으로 갈 것”이라며 “오늘 아침 ‘바깥 활동을 못하게 됐다’고 말하자 11살 아들이 울고 말았다”고 했다. 13살, 7살 아이의 아빠 최준수씨(40)도 당초 에버랜드를 가려다 쇼핑몰로 가고 있다고 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어린이 사진과 함께 “어린이날인데 아빤 일 가고 비도 오고 ‘집콕’ 중. 애들은 쿠키 만들기” “비도 많이 오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일정 연기. OO을 위해 꺼내본 인터랙티브북” “어린이날 특별하게 보내기 #칼국수만들기” 등 글이 올라왔다.
‘노키즈존’에 맞서 생긴 ‘예스키즈존’을 찾는 부모들도 있었다.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린이날 맞아 애기들 데리고 갈만한 예스키즈 존 어디 있나요?”라고 묻는 글이 올라왔다. 일부 카페나 식당은 SNS에 ‘예스 키즈존’을 내걸며 손님을 끌어들였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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