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구 고위 공무원들, 민주당 고소 오히려 역풍?
[권용현 기자(=대구)(thebigblue@kakao.com)]
대구시 정장수 시정혁신단장 등 정무직 공무원 4명이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강민구 위원장을 최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는데, 오히려 역풍에 휘말리는 모양새다.
이들은 강 위원장이 '(자신들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처럼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고, 일부 언론에선 수사 중인 사안임에도 불구 이들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보도했다.
하지만 이들이 내세운 주장에 모순이 있고, 해당 자료를 배포하는 과정 또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선거법 위반 관련 사실관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지난 2일 대구시 정장수 시정혁신단장, 이종헌 정책총괄단장, 이시복 정무조정실장, 손성호 비서실장이 강 위원장을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대구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날 다수 언론은 이들의 주장과 고소 내용을 일제히 보도했다.
이와 관련 <프레시안>은 이날 정 단장 등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시정혁신단장 직위가 명기된 자료를 시청 내 기자실을 통해 언론에 배포했다는 제보를 입수했다.
해당 제보에 대해 <프레시안>이 확인한 결과 정 단장은 보도 참고 자료를 통해 "(고소인들이 홍준표 대구시장) 개인 SNS에 '좋아요'를 누른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이 전혀 아니다"라고 밝헜으며, 그 근거로 <중앙일보> 보도 내용 중 일부(대구선관위 인터뷰)를 인용했다.
<프레시안>은 정 단장이 인용한 지난 1일 <홍준표 페북글 '좋아요' 누른 공무원…선거법 위반 논란 터졌다> 기사를 직접 살피고, 대구선관위을 통해 '사실관계'도 재확인했다.
그 결과 정 단장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해당 <중앙일보> 기사는 "대구 선관위 관계자는 '전체적인 내용을 더 조사해 결론을 내릴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대구선관위 관계자도 대구 고위 공무원들 관련 SNS 선거법 위반 여부는 '조사 진행 중'이라고 재차 밝혔다. 해당 조사와 관련해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구선관위는 개인의 일반적인 글에 '좋아요'를 누른 행위는 선거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으나, 정 단장 등이 홍 시장 SNS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른 것이 수십 개에 달해 조사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업적 홍보성·선거(정당 당내 경선 등) 관련 게시글에 '좋아요'를 계속적·반복적으로 클릭하는 행위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 단장의 보도 참고 자료에는 이들이 직접 대구선관위 등에 사실관계를 확인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내용들을 토대로 살펴본다면 정 단장이 "피고소인(강 위원장)은 사실관계를 전혀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은 채 허위의 사실을 유포해 고소인들의 명예를 훼손한다"라고 한 비판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는 부분이다.
공직자, 직위의 사적 이용 금지
<프레시안> 추가 취재에 따르면 2일 대구시 공보 관계자는 시청 기자실 출입 기자 일부에게 정장수 시정혁신단장 등이 민주당 대구시당 강민구 위원장을 고소했다고 알렸다. 또 정 단장 명의의 보도 참고 자료도 전달했다.
이 보도 참고 자료는 '대구광역시 시정혁신단장 정장수'라고 소속과 직위를 분명히 밝혀, 개인이 아닌 공직자로서 작성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 단장은 지난해 9월 13일부터 언론과 언론 광고를 담당하는 공보 부서의 '공보실장'도 겸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단장이 사적인 문제(고소)에 대해 그 직위를 이용해 입장 자료를 만들고, 공보 부서를 통해 언론(시청기자실)에 배포했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그 직위를 사적으로 이용했다'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르면 직무의 범위를 벗어나 사적 이익을 위해 소속기관의 명칭이나 직위 이용은 금지됐다. 또 지위·직책 등에서 유래하는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해 사적 노무를 제공받거나 요구할 수 없다.
국무총리실도 '직위의 사적 이용 금지'와 관련해 '공무원이 ①직무와 무관하게 ② 본인 또는 타인의 사적 이익을 위해 ③ 공표·게시 등 방법으로 ④ 소속 기관의 명칭이나 직위를 이용하거나 이용하게 하는 행위'는 금지한다고 밝혔다.
또 예시로 '소속 업무와 무관한 내용의 도서에 소속 기관명과 직위를 기재한 추천사를 쓰는 행위'도 직무가 아닌 타인의 이익을 위한 기관·직위 명칭 개재는 금지라고 덧붙였다.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대구시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고소한 거라 전 언론사 대상으로 뿌릴 사실은 아니라 기자실에 이런 동향이 있다고 알렸다"며, "필요하면 자료를 전달하겠다고 (기자들에게) 안내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정 단장의 고소 건을 보도한 다수의 매체는 '대구시에 따르면'이라고 보도 내용의 출처를 '대구시'로 밝혔다.
이에 대해 정장수 단장 등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사무실 등으로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회신을 받을 수 없었다.
한편 지난 2월 홍준표 대구시장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대구경찰청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대구 공직사회가 선거법 위반 여부로 계속 몸살을 앓고 있다.
[권용현 기자(=대구)(thebigblue@kakao.com)]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4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 돌파구는 아세안이다
- 극우파 항의로 문 닫은 교과서 회사 "이제 종군위안부는 못 다룬다"
- '60억 가상화폐' 논란 김남국 "구체적 거래정보가 어떻게 유출됐는지…"
- 흑산도를 토건 세력에게 맡겨 둘 수 없다
- 박광온, 이재명 "괜찮다" 했지만 '尹 회동' 재차 거부
- 윤 대통령 '한미정상회담' 효과? 지지율 3%p 상승
- "검토한 1천건 중 문제 없는 입양은 한건도 없었습니다"
- '아메리칸 파이' 잘했다. 정작 중요한 건…
- 이재명 "대통령이 야당 대표 빼고 원내대표 만나도 괘념치 않아"
- [단독] '단역배우 자매 사망사건' 가해자, MBC <연인>에 업무복귀